지난 26일 강원 양구의 한 공원에서 운동 중이던 여고생을 아무런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모(36.양구)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29일 양구읍 서천변에서 실시됐다.

이모씨는 지난 28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 실질심사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이려 했기 때문에 여고생이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듣지 않았다"고 밝혀 큰 충격을 줬다.

이씨는 29일 양구경찰서가 오전 10시부터 서천변에서 실시한 현장검증에서 운동 중이던 여고생 K 양을 갑자기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과정을 재연했다.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이 씨는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한 잡화점에서 구입한 뒤 서천변 공원으로 이동해 벤치에 앉아 있던 중 지나가던 K 양 등 여고생 2명을 15m 가량 뒤따라가 K양을 흉기로 살해하는 과정을 태연하게 재연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이미 지난 24일 같은 장소에서 운동하던 아주머니를 누군가가 덮치다 달아난 사건이 있었지만 경찰이 늑장 출동하고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예고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책임자를 문책하고 제대로 대책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현장검증 주변에서 '이명박 대통령님 비참하게 죽은 영혼이 편히 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주세요', '묻지마 살인 방치한 경찰 책임자 처벌하라' 등의 문구를 들고 항의했다.

K양의 어머니(49)는 딸이 숨진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해 주위의 눈시울을 붉혔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