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추경, 일시 부양 효과 커 … 재추진 '의지'
여당의 감세, 작은 정부 약속 지키며 활력 제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여당의 싸움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한나라당의 반대로 4월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을 포기한 기획재정부는 18대 국회가 출범하는 6월에는 반드시 추경예산을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우고 벌써부터 군불때기에 나섰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배국환 차관이 잇따라 "추경예산 편성은 경기부양이 아니라 경기에 역진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재정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실물경기가 이미 침체에 빠졌다며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추경예산을 편성할 경우 작은 정부의 원칙이 무너진다"며 "다음 국회에서도 추경예산 편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경기에는 재정지출이 효과 커"

기획재정부는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감세에 찬성하지만 일시적으로 초과 징수된 세금마저 감세 재원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세수 초과액 14조2000억원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일시적 활황에 따른 양도소득세 급증분(3조원)과 2006년 마지막날이 일요일이어서 다음해로 이월된 세수증가분(3조원) 등 모두 6조1000억원이 일시적 요인으로 더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15조3000억원 가운데 5조4000억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넘겨줘야 하고,5조원은 국채 상환에 써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4조9000억원이다.

이 돈을 추경예산으로 편성해 쓰겠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경기활성화 차원에서도 재정지출 확대가 감세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정부가 1조원을 인건비 및 물건비로 지출할 경우 경제성장률을 0.14%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는 반면 소득세 등 직접세를 1조원 깎아주면 경제성장률 증대 효과가 0.05%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득세를 인하할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소득계층별 세부담을 살펴보면 50.4%가 세금을 아예 내지 않고 있다.

◆"작은 정부 원칙 지켜야"

이 의장은 "지난해 초과세수가 정부의 주장대로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국가채무를 갚는 데 쓰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국채 잔액은 227조4000억원이고 올해 국채발행 계획은 57조원인데,이 가운데 일부를 줄이면 미래 세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채를 상환(시장에서 국채 매입)할 경우 금리가 하락(국채값 상승)하게 되고,그 결과 시중 금리가 떨어져 소비와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국채상환 역시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최근의 경기가 정말로 나쁜 것인지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전분기에 비해 0.7%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이는 전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고,소비자 기대지수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설비투자가 최근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예산 편성시 나타날 수 있는 더 큰 문제는 '작은 정부'의 대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인 만큼 한나라당이 추경예산 편성에 찬성할 수 없다"며 "노무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비판해왔던 기조를 계속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4조9000억원의 세계잉여금을 재원으로 52개 생필품에 대한 부가세를 면제하고 소득세 물가연동제 등을 도입할 방침이다.

◆전문기관 의견도 엇갈려

국내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최근의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책에 대해서는 해법을 달리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지난 1분기 경기 하강이 확인됐고 내수위축이 걱정되는 만큼 추경예산 편성이나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소비 진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물가불안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써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올해 성장률을 1분기만 보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올해 전체로는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경제가 다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재정확대 정책이 시급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