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대차거래 증가분은 30일 현재 8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른 현대자동차 LG전자 현대중공업 등이 대표적인 종목들이어서 외국인은 이들의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 한 큰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씨티그룹은 이날 '코리아 김치 디스커버리' 보고서를 통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대차거래 잔액은 9조5945억원 늘었으며,이 중 90%가 넘는 8조7000억원 상당이 외국인의 대차거래인 것으로 추산했다.
외국인이 대차거래를 크게 늘린 것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으로 국내 증시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17일 장중 1537.53의 바닥을 찍은 뒤 강하게 반등,이날 1825.47로 마감하며 한 달 남짓 사이에 18.7%나 급등했다.
외국인의 '베팅'은 현재까지는 실패작인 셈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앞으로 주가가 더 상승할수록 시장에서 비싼 가격을 치르고 빌린 주식을 사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씨티그룹은 "외국인은 올 들어 코스피지수 1650~1850선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코스피지수가 1870선을 넘으면 본격적인 외국인의 쇼트 커버링(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등은 5월 코스피지수가 최고 1900~192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인의 대차거래 잔액이 많은 종목은 앞으로 외국인 매수로 인해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씨티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중공업,두산건설,현대미포조선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은 이들보다 대차 비중이 더 높지만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고 앞으로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용어풀이>
◆대차거래=증권예탁결제원 등에서 주식을 빌려 판 후 보통 1년이내 시장에서 주식을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말한다.대주(貸株)라고도 불린다.
이 거래는 빌린 주식의 주가가 많이 떨어져야 이익을 챙길 수 있어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시기에 많이 이뤄진다.대차거래 잔액은 현재 33조6693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