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분기 GDP 0.6% ↑ … 마이너스 성장 면해

미 경제가 지난 1분기 중 0.6% 성장한 것으로 잠정 집계돼 일단 지표상으로만 보면 상당수 사람들이 우려하는 경기침체에 빠져 들었다고 속단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개인소비 기업투자 등이 위축되고 있는 데다 주택경기도 여전히 바닥이어서 내용적으론 사실상 침체에 빠져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여전히 우세한 편이다.

미 상무부가 30일 발표한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0.6%(연율환산 기준)는 월가의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으나 실제로는 작년 4분기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앞으로 두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치면서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달러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가 소비나 투자 저조를 만회했다.

특히 최근 발표되는 제조,서비스,소비,주택,경기지표가 일제히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면했다는 것은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지만 1분기 GDP성장률을 뜯어보면 내용마저 괜찮은 것은 아니다.

미 성장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1.0% 증가에 그쳤다.

작년 4분기의 2.3%보다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최근엔 유가가 폭등하고 있고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추세다.

만일 개인소비가 감소세로 돌아설 경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은 뻔하다.

실제 민간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2003년 3월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개인소비가 추세상으로 보면 급속히 위축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기업투자도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기업들의 경기 움직임을 알 수 있는 내구재주문도 지난 1분기 중 6.1%나 줄었다.

건설경기 위축은 더욱 심하다.

주거용 건설투자는 지난 1분기 중 27%나 줄었다.

이는 198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이 같은 감소폭은 GDP성장률을 1.23%포인트 갉아먹는 역할을 했다.

지난 2월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이 12.7% 하락해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주택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경기 하락도 경기에는 여전한 부담이다.

그나마 위안은 수출이다.

1분기 수출은 5.5% 증가했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여기에 연방정부의 지출이 증가한 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막는 역할을 했다.

월가에서는 성장률이 1분기에는 마이너스를 면했지만 2분기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적지 않다.

다만 이날 발표된 민간조사업체 ADP의 고용보고서에서 4월 중 민간고용이 1만명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월가에서는 당초 6000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ADP 보고서가 오는 2일 발표될 미 노동부의 고용통계와 일정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악화되고 있는 고용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한다.

현재 월가에서는 4월 중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7만5000개 줄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의 말대로 "기술적으론 몰라도 심리적으론 분명히 경기침체 상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