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 북한대학원대 교수·정치학 >

새정부 출범 후 두 달이 지났다.

남북 당국 간 대화는 막혀 있다.

상호간의 신뢰도 없고 대화의지도 없는 듯하다.

신뢰도 없는 상태에서 북측의 대남(對南) 비난은 지속되고 있다.

남측에 대한 대화단절성 비난인지 대화요구성 비난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비난의 강도가 지나침에 틀림없다.

남측의 대북(對北) 자세는 저강도 무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이 역시 북한에 대한 무시성 무대응인지 대화유도성 무대응인지 분간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북측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정도의 지나친 '무시성'은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단계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에 있다.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인지 파국으로 추락될 것인지는 새정부의 '문제해결 전략'에 달려 있다.

새정부의 문제해결 전략은 다음 네 가지의 자문자답이 출발점이다.

첫째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보는 것인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보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다.

새정부는 북한을 비난할 때는 국가관계로 보고 북한을 달래기 위해서는 특수관계로 보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남북관계가 특수관계임은 남북 양측의 명백한 합의사항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비핵ㆍ개방ㆍ3000'이 대북 구상인지 대북 정책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다.

구상은 미완성이고 정책은 완성품이다.

구상은 내부적이고 정책은 상대적이다.

상대적인 정책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일 때 적실성을 지닌다.

'비핵ㆍ개방ㆍ3000'이 대북정책이라면 쌍방향이 아님은 틀림없다.

북측은 비핵화는 북ㆍ미 간의 문제로,개방은 한ㆍ미동맹에 의한 흡수통일로,3000달러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도자적 자질문제로 오해할 수 있다.

만약 북측의 대남정책이 가칭 '주한미군철수ㆍ남북합작ㆍ30,000'이라고 한다면,남측은 주한미군철수는 한ㆍ미 간의 문제로,남북합작은 적화통일로,3만달러는 지도자의 리더십 문제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북측의 대남정책을 수용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적실성을 가진 쌍방향의 대북정책이 요구된다.

셋째로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다.

새정부는 두 선언에 대한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의 남북관계를 잃어버린 시간으로 규정하고,남북기본합의서 정신을 강조하고,상주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것은 두 선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가 아닐 수 없다.

남북관계는 일관성과 지속성이 요구된다.

일관성과 지속성의 차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의 만남도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만남을 통한 양 정상의 합의도 존중돼야 한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는 남북관계 발전이 담보될 때만이 효용성과 실용성을 지닌다.

남북관계 단절에 의한 차별화는 결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넷째로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에 대한 입장 정립이다.

인도적 지원 규모가 어느 수준까지 대가 없는 순수한 지원이고 어느 수준부터 비핵ㆍ개방화와 연계하는지 명확한 입장이 요구된다.

인도주의적 문제와 다른 사안과의 지나친 연계는 그 순수성을 퇴보시킬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북 간의 대화의 틀이 없는 상태에서 오고 가는 '말 대(對) 말'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남북 간의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그 오해는 더 큰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전쟁은 오해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남북 간의 더 큰 오해가 불필요한 행동화로 나아가기 전에 진정성을 가진 대화가 요구된다.

남북한은 대화의 '선(先)제의'에 상대방이 거부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남북 당국 간의 상견례는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