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국부로 추앙을 받고 있지만,인구문제에 있어서만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졌었다.

"못 사는 사람은 자꾸 아이를 낳고,잘 사는 사람은 기껏 해야 한 명 정도의 아이를 갖는다"며 "우수한 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만이 아이를 낳자.이것이 우리 싱가포르가 나아갈 길"이라고 역설했다.

과거 히틀러와 같은 우생학적 정책이었다.

경쟁력 있는 국가창출에 온통 골몰해 있던 리콴유는 오직 질 높은 인력만이 도시국가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싱가포르국립대학 출신의 커플들에게는 거의 특혜나 다름없는 주택문제를 해결해줬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체적으로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인구비상이 걸렸다.

1987년부터 시작된 인구정책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자녀수에 비례해서 육아보조금을 대폭 높였지만 큰 유인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로맨싱(Romancing) 싱가포르 캠페인'을 벌이면서 싱글들의 결혼을 독려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섹스 엑스포'를 개최하는가 하면 급기야 심야 성애(性愛) 프로까지 등장했다.

엄숙한 금욕국가의 체면이 출산율 앞에 여지없이 구겨진 셈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 폴리테크닉대학이 학생들에게 '연애하는 법'을 가르친다 해서 화제다.

남녀가 만나 함께 사는 과정의 기본을 가르치고 있는데,인기가 높아 다른 학교로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남녀의 중매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싱가포르정부는 그동안도 와인 시음회,로맨틱한 영화보기,요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결혼 및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개발청이 주축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싱가포르가 다음에는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또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일지 궁금하다.

역시 낮은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는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벤치마킹할 점은 없는지 무척 신경이 쓰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