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휴일인 1일 오후 베이징 국제전람관 옆 까르푸 매장.계산대 앞에는 평소 절반 수준인 10여명 남짓의 고객만이 줄을 섰을 뿐이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새긴 유니폼을 입은 점원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지원한다는 의혹으로 중국 네티즌들이 이날부터 본격적인 불매 운동에 들어간 까닭이다.

인근 까르푸 중관춘점에는 400여명의 시위대가 밀집해 까르푸 불매운동을 벌였으며 티베트 독립 반대,왜곡된 서방언론에 대한 규탄 시위도 벌어졌다고 관영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현장에 출동한 100여명의 경찰관들은 주동자 2명을 체포하고 현수막을 압수하는 등 과격시위로 번질 가능성을 미리 차단했다.

이 밖에 후난성의 창사,푸젠성 푸저우,랴오닝성 선양,충칭시 등 전국 곳곳의 까르푸 매장에서도 수백명이 참여한 불매시위가 잇달았다.

인터넷에서도 외국인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이 뜨거웠다.

중국 정부가 웹사이트를 통제,불매 운동이나 집회 등의 내용이 삭제되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이메일 보내기는 계속되고 있다.

휴무 기간인 1일부터 4일까지 까르푸와 맥도날드 등을 '추운 매장(冷場)'으로 만들자는 메일이 오가고 있다.

반서방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난달 30일 올림픽 개막 100일 잔치는 중국인만의 축제가 돼버렸다.

시내 곳곳에서 개최하려던 문화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베이징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광화루 인근 더 플레이스 광장에서 행사를 준비하던 한 중국인은 "행사 전날인 지난달 29일 밤 베이징 공안국에서 '행사를 취소한다'는 짤막한 통지문을 받았다"고 황당해 했다.

홍콩에선 반중국 인사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줄줄이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다.

덴마크 조각가이자 인권운동가인 옌스 갈시오트를 비롯 '자유티베트학생운동' 소속 외국인 등 8명이 홍콩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티베트 망명정부 깃발을 들고 1인 시위를 예고했던 홍콩대 철학과 학생 찬하우만은 중국 유학생들 10여명으로부터 위협을 당했다.

인터넷에선 '매국노'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성화봉송 때 이를 탈취하려는 사람으로부터 성화를 지켜내 영웅으로 대접받던 진징은 까르푸 불매 운동에 대해 거부감을 표명한 뒤 하루아침에 매국노로 전락했다.

애국자와 매국노로 편을 가르는 '차이나 매카시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