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명문대 진학을 가능하도록 해 주는 국제적 교과 과정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디플로마'가 국내에 제대로 도입되지 않아 교육의 글로벌화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년짜리 교과 과정인 IB 디플로마를 도입한 학교는 서울외국인학교와 대전국제학교 등 2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설립된 서울국제고가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본격 도입에는 2~3년이 걸릴 전망이다.

IB 디플로마는 전 세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주는 국제학위 과정으로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수준의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하면 미국 주요 대학뿐만 아니라 유럽 등 IB 디플로마를 인정해 주는 전 세계 다양한 대학으로 입학이 가능하다.

'글로벌 수능 자격증'인 셈이다.

IB 디플로마의 장점은 미국 수학능력시험(SAT)과 달리 단 한 번의 시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년간 6개 과목을 듣고 각 과목별 성적으로 평가하는데 과목당 7점을 최고점으로 6과목 합쳐 40점 이상이면 미국 아이비 리그 입성이 가능하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는 "IB 디플로마 과정은 사교육에 의존하기가 불가능하고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10년째 이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외국인학교의 경우 1998년 10명에 불과했던 이수 학생 숫자가 지난해 52명으로 늘었다.

학교 측은 "IB 디플로마 이수자 대부분이 해외 명문대로 진학한다"며 "이수를 원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IB 디플로마 도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IB 디플로마 과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서울국제고는 학생 1인당 연간 1500만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성기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정책관은 "IB 디플로마 도입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면서 "비용도 많이 들고 교사들 교육 문제도 간단치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IB 디플로마를 인정해 주는 국내 대학이 늘어야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외국인 전형에서 IB 디플로마를 인정해 주는 국내 대학은 서울대와 연ㆍ고대 3곳뿐이다.

그 외 대학은 IB 디플로마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재외학생 컨설팅 전문업체 세한아카데미 김철영 원장은 "국제적으로 교육 과정의 합리성을 인정받은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이를 인정해 주는 대학이 늘어나야 국내 우수 학생을 해외로 보낼수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