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회사인 A창업투자는 최근 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 사업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에 투자하려다 뜻을 접었다.

음식점업이 현행 법에 '투자 금지' 대상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자산 양도.양수 등 우회적인 방식으로 투자하는 묘안까지 내놓았지만 양도소득세 문제에 부딪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창투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해외에 진출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검토했지만 구태의연한 규정 탓에 무산됐다"며 아쉬워했다.

B창투도 제주도의 호텔과 리조트에 투자하는 펀드 설립을 추진하다 역시 '투자 금지'의 벽을 넘지 못해 만들어 놓은 투자계획서를 폐기해야 했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1일 창업지원법에 명시된 '투자금지 7개 업종'을 창업투자 회사들의 지원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숙박.음식점' '골프장.스키장 운영' '금융.보험' 등 서비스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업종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인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제정(1986년)할 당시만 해도 이런 업종들은 사치나 소비 향락을 조장하는 산업으로 분류,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간 업계는 경쟁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규정을 바꿔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정부는 끝내 개정을 미뤄왔다.

이에 따라 무려 22년간 존속 중인 '규제 전봇대'로 인해 창투사들은 호텔이나 리조트,골프(연습)장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에는 투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투사들은 이 외에도 납입자본금의 50%를 회사 설립 후 3년 이내에 투자하도록 한 '투자의무비율',상장 주식의 5%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상장주식 투자한도' 등의 규제도 서둘러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창투사들의 '손발'을 꽁꽁 묶은 탓에 관련 업계의 투자 실적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는 1조원으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의 융자(110조9000억원) 규모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