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유소를 지으려 했던 A씨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법규 때문에 황당한 일을 당했다.

화사한 분위기 연출을 위해 콘크리트보다 더 강력한 특수유리로 담장을 설치하려 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주유소 담장은 콘크리트여야 한다"는 규정만 강요했다.

석유 저장탱크도 스테인리스여서 녹이 슬지 않지만 "법규대로 녹이 슬지 않도록 표면을 다시 도장하라"고 요구했다.

다세대 주택을 신축했던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3월 소방시설 안전검사를 통과해 '완공검사필증'까지 받았지만 "신축주가 소방서에 신고토록 돼 있는 '자체 소방점검 결과'통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2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을 위한 규정'들이 앞으로 대폭 폐지되거나 완화된다.

소방방재청은 서민들과 자영업자,기업에 부담을 주는 소방 관련 법규를 일괄 손질하기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축사를 짓는데 소방법이 너무 까다로워서 못 짓겠다고 하더라.지키지도 못할 소방법이 결국 비리를 조장한다"고 질책한 데 따른 것이다.

소방방재청은 규제 손질을 위해 박연수 차장을 단장으로 규제 관련 담당 국장과 과장 등 10명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추진단' 가동에 들어갔다.

추진단은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위험안전관리법' 등 소방방재청 소관 19개 법률의 규제 관련 조항을 모두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오는 8월까지 주유소 노래방 등 다중이용업소에 적용되는 89건의 안전관리 기준(비상구 설치 기준 등)을 우선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위해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 '규제개혁 국민제안코너'도 개설키로 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민에게 부담을 주거나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겠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