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외기업 M&A 대비 … 포이즌필 등 방어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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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와 기업들이 외국계 펀드 등의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항하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발전소 공항 등 전략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기업들은 차별적 신주인수권 발행 등 '포이즌필(독약조항)'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영국계 헤지펀드인 '더 칠드런스 인베스트먼트(TCI)'가 일본 최대 전력회사인 J파워의 지분을 9.9%에서 20%까지 늘리려는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철회를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일본 정부는 TCI의 계획에 대해 "공공질서 유지를 방해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 기업들도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적극 대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일본 식품회사 불독소스를 적대적 M&A하려던 미국 사모펀드 스틸파트너스는 결국 실패해 기존에 갖고 있던 지분마저 팔고 철수했다.
불독소스가 스틸파트너스를 제외한 기존 주주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신주인수권을 발행하는 등 강력한 경영권 방어책을 동원한 결과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증권에 따르면 불독소스와 같이 포이즌필을 경영권 방어책으로 갖고 있는 일본 기업은 현재 634개사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의 16%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상장사 중 포이즌필을 도입한 회사 비율(8.5%)의 두 배에 달한다.
2004년까지만 해도 이 방어책을 갖춘 일본 회사는 두 개사뿐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급증했다.
최근 1∼2년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추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 M&A가 잇따르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경기침체기를 거치면서 외국자본의 일본기업 인수가 줄을 이었다.
일본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 비율은 1988년 4%에서 2006년 28%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일본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종신고용과 장기적 안목의 연구개발(R&D) 투자 등 일본 특유의 경쟁력을 담보해온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져왔다.
특히 일본 재계에서조차 적대적 M&A가 성행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최근 일본정부와 기업의 M&A 대책 강화는 이 같은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외자 유치를 감소시켜 일본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외국인 투자자에게 호의적이던 일본이 최근 폐쇄적인 태도로 돌변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포이즌필 등 적대적 M&A 방어책 도입을 위한 상법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그동안 재계는 포이즌필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 재정경제부 등이 "시장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도입이 미뤄져 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