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스웨덴 해운회사인 스테나로부터 9억4200만달러(약 1조원)짜리 초고가 드릴십 1척을 주문받았다고 1일 발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수주한 드릴십은 척당 2억달러 안팎하는 LNG선이나 컨테이너선 등 일반 선박에 비해 네 배를 웃도는 가격"이라며 "지금까지 국내 업체가 수주한 선박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릴십은 해상플랜트 설치가 불가능한 심해 지역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삼성이 수주한 드릴십은 길이 228m,폭 42m,높이 19m짜리로 해저 11㎞까지 파내려 갈 수 있다.

44개월의 건조기간을 거쳐 2011년 말 북극해 지역 시추에 투입될 예정이다.

드릴십은 비싼 만큼 만들기도 어렵다.

얼음덩어리가 떠다니는 바다를 항해할 수 있도록 선체를 훨씬 두껍게 건조해야 하고,영하 40도의 혹한에도 견딜 수 있도록 모든 기자재를 보온처리해야 한다.

원활한 시추를 위해 높은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작업 장소가 청정해역이 많아 전기추진장비 등 친환경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유가가 오르면서 드릴십 발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2005년 2척에 불과했던 전 세계 발주량은 2006년 9척,2007년 14척으로 늘었고 올해도 이미 7척의 주문이 들어왔다.

드릴십은 국내 '빅3' 조선업체가 싹쓸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05년 이후 전 세계에 나온 32척의 드릴십 주문 가운데 72%인 23척을 따내며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번 드릴십 수주에 힘입어 미국 및 유럽 석유 메이저들과 협상 중인 해양플랜트 수주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