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역적'은 아예 점잖은 축에 속했다.

'X발''지랄'도 일상의 언어였다.

보통사람의 홈피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니홈피(www.cyworld.com/mbtious)에 떠 있던 글이다.

미국 쇠고기 개방이 결정된 이후 네티즌이 이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쏟아낸 글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험한 말들로 가득 찼다.

하루 평균 2만명이 찾던 미니홈피는 지난달 25일부터 점차 늘어나 29일 한 방송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안전 문제를 방영한 이후 폭주했다.

30일 급기야 1일 방문객 수가 18만명을 넘어섰다.

음란 욕설이 홍수를 이루면서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청와대는 홈피를 잠정 폐쇄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일 "삭제 대상 글이 수작업을 통해 관리할 수 없을 만큼 몰려들어 일시적으로 홈피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네티즌이 분노하는 배경을 보면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이 한 원인이 됐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방미 중이던 이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미국 유수의 기업 CEO(최고경영자)들 앞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쇠고기가 합의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수가 터졌다.

한국에서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기 전 보고를 받고 얘기한 것이다.

FTA와 쇠고기 협상을 연계시켰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뒤늦게 청와대 측은 수습에 나섰으나 논란의 불은 이미 붙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대하는 것은 자유다.

그렇다 해도 이런 식의 '악플'로 도배질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한다면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게 '인터넷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다.

'악플'은 이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몰아가는 '흉기'가 되기도 했다.

미니홈피에 글을 올리려면 '로그인'을 해야 한다.

별칭을 쓰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서슴없이 욕을 올리는 세상이다.

하물며 일반 사람들의 홈피는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간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