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각종 공산품 및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고물가 시대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월 농.축.수산물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는데도 공업제품(6.7%)과 개인서비스 요금(4.1%) 등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은 3년8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올해 물가관리 목표를 당초 3.3%에서 3.5%까지 올렸지만 이마저도 지켜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오는 8일 열릴 예정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정책금리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4월 물가 왜 많이 올랐나



4월 물가가 치솟은 것은 원자재값 급등 쇼크가 2차,3차산업으로 번져 나갔기 때문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서도 농.축.수산물로 이뤄진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1% 떨어졌다.

석 달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 말 물가 급등세 시작 무렵만 해도 신선식품지수가 상승률 10%대로 물가 급등을 주도하는 모습이었지만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산품(6.7%)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금반지(46.6%)와 석유제품군(등유 31.2%,경유 30.4%),그리고 비스킷(23.6%) 빵(15.8%) 스낵과자(16.6%) 라면(14.6%) 등 가공식품류의 가격이 치솟았다.

김밥(15.3%) 단체여행비(10.4%) 납입금(8.4%) 등 개인서비스 요금이 들썩거리는 가운데 정부가 최대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했던 공공서비스 요금마저 도시가스(14.5%) 문화시설 관람료(3.5%) 등이 많이 올라 3%의 상승률을 보였다.


◆고물가 구조 고착화 우려


이는 농산물 및 석유류 등 일시적.계절적 요인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가 오르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3.5%)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7년 들어 처음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3±0.5%)를 벗어났을 때도 근원물가지수는 2.4%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1월 2.8%까지 오르더니 △2월 2.8% △3월 3.3% △4월 3.5% 등으로 매달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송준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진국 경기 침체 우려로 향후 원자재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근원물가지수가 많이 올라 3분기까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에 머무르다 연말쯤에나 가서야 조금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 꽤 오랫동안 구조적인 고물가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도 이 같은 물가 상승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물가 3.5% 방어 불가능할 듯


정부는 올 한 해 3.5% 수준에서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3.3%라고 했다가 최근 대외 여건 변화를 반영해 조금 올린 것이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52개 생활필수품을 따로 지정해 중점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양파(전월 대비 19.0%) 돼지고기(13.1%) 등유(11.9%) 고등어(9.5%) 등이 계속 올라 정부 대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