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침체를 거듭해온 지방권 신규 분양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부산 수영구와 해운대구,울산 남구·북구,광주 남구 등을 중심으로 일부 신규 아파트 분양이 호조를 띠고,미분양 물량 소진 단지가 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계약 후 곧바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매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에 따라 지방 주택경기 회복 여부와 함께 이달 중 지방에서 공급하는 1만2300여가구의 청약 결과가 주목된다.

◆기대감 커지는 규제완화 지역

지방권 투기과열지구 해제의 최대 수혜지는 부산 해운대구와 울산 남구,광주 남구다.

지난달 초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서 선보인 '해운대 신시가지 KCC스위첸(조감도)' 청약에는 3601명이 몰려 8.7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청약률 제로(0)' 단지가 속출한 것과 비교하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주변 아파트값이 뛴 데다 계약 즉시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좌동 으뜸공인의 성경문씨는 "작년 이맘 때 2억원 초반이던 109㎡형 주변 아파트가 2억8000만원까지 뛰었다"며 "금강KCC 스위첸 105㎡형 분양가가 2억9500만원이어서 새 아파트 프리미엄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남구에서는 지난 3월 초 분양한 신정동 문수로 2차 아이파크(1,2단지 총 880가구) 청약 경쟁률이 1.2 대 1로 모집 가구수를 채웠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울산에서 분양한 첫 단지여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광주 남구 봉선동에도 청약 훈풍이 불었다.

지난 2월 공급한 동훈건설의 '더 쉴' 청약률은 2단지의 경우 6.6 대 1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 미분양 해소 빨라져


인기 지역 물량을 잡지 못한 규제완화 지역 수요자들이 미분양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작년 11월 미분양된 부산 '금정 힐스테이트'와 12월 선보인 광주 '상무 힐스테이트'는 최근 계약률이 60%를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대우건설도 천안 두정동과 김해 율하지구 푸르지오 미분양의 계약조건을 변경하면서 판매율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말 청약률 제로를 기록한 울산 북구 신천동의 엠코타운 역시 계약률이 30%에 육박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 3월 분양한 광주 북구 신용동의 '첨단 자이'도 이달 들어 미분양 잔여 가구가 속속 팔리면서 초기 20%에 머물렀던 계약률이 최근 40%로 훌쩍 뛰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철강단지 개발 등 호재가 많은 충남 당진의 경우 분양권에 500만~15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최근 시(市) 승격 무산이라는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웃돈이 일부 떨어졌지만 하락폭은 크지 않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당진군 송악면 하나공인 관계자는 "행정안전부가 시 승격 건의안을 반려하면서 한때 2000만원을 넘던 H아파트 109㎡형 프리미엄이 1500만원대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매수세가 탄탄해 더 이상 추가 하락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달 중 지방권 1만2300여가구 공급

이처럼 지방 분양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달에만 지방권에서 1만2325가구가 공급돼 주목된다.

부동산114,스피드뱅크 등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지역별로 충남이 2585가구(6곳)로 가장 많고 부산 2183가구(4곳),대구 1632가구(2곳),경북 794가구(2곳) 등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지방권 인기 지역과 주변 집값 상승 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권 매입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나는 등 신규 분양 아파트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달 공급 대상 아파트의 청약 결과가 투기과열지구 해제 효과가 본격화할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