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시장 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진 작품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40대 영상세대 컬렉터들이 그림보다 값이 싼 사진작품에 관심을 가지면서 서울 인사동 청담동 평창동 일대 주요 화랑들이 사진전을 대거 기획했다.

일부 중견·신진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가격도 오르고 있어 미술수요층 일부가 사진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시회를 열고 있거나 열 예정인 작가는 김아타를 비롯해 민병헌,권부문,김중만,권순평,데비한,도로시 M.윤,김인태,이상현,최광호씨 등 2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대형 상업화랑이 프로모션하는 작가만 해도 배병우 백승우(이상 가나아트갤러리),데비한 이상현 임상빈(선화랑),권두현 이은진(갤러리 현대),구본창 정연두(국제갤러리),권부문(박영덕·박여숙·조연화랑),김상길(PKM갤러리),민병헌 김중만 김수광 전소정(공근혜갤러리)씨 등 10여명에 이른다.

화랑들이 관리하는 작가의 작품은 작품성이 웬만큼 검증된 데다 유통물량 조절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투자안전성이 높은 편이다.

지난 3월 영상작품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상영돼 주목을 받은 정연두씨의 작품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2배 가까이 올랐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정씨의 2m 크기 작품이 점당 700만~8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크기가 1500만원을 호가하는 데도 공급이 달린다.

박여숙화랑과 박영덕 화랑에서 9~31일 동시에 개인전을 갖는 권부문씨의 경우도 2m크기의 작품이 올 들어 500만원 정도 상승했다.

돌,얼음,구름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의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

박영덕 화랑은 비행기에서 찍은 구름사진 15점,박여숙 화랑은 북극의 얼음을 소재로 한 사진 15점을 점당 2000만~2500만원에 내놓는다.

비너스의 두상에 한국 여성의 몸을 합성한 사진으로 주목 받아온 데비한씨의 작품도 오름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 5월에 국내 첫선을 보일 당시만 해도 점당 800만원하던 2m 크기 작품 '일상의 비너스''여신'시리즈가 최근 점당 1200만~15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다음 달 1일까지 계속되는 갤러리 터치아트의 작품전에서는 전통 나전칠기 기법을 적용한 조각 '스포츠 여신'시리즈 등 신작 25점을 출품했다.

카이스갤러리에서 작품전을 갖고 있는 민병헌씨 작품도 1~2m크기가 올 들어 300만원 정도 오른 점당 1800만~2000만원에 20여점이 나와 있고,내달 4일 토포하우스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김인태씨 1m 크기 작품도 점당 300만원 오른 700만~1000만원에 40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이 밖에 배병우(5000만~6000만원),아타김(5000만~7000만원),임상빈(1000만원),임택(300만~700만원),윤정미(900만~1000만원),박진영(700만~800만원),구성수(600만~900만원),김대수(800만~1000만원)씨 작품도 작년보다 20~30% 오른 가격(1.5~2m크기의 작품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전문화랑 갤러리 나우의 이순심 대표는 "20~40대 영상세대를 중심으로 사진 수요층이 두터워지고 있어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 현대식 건축물에는 그림보다 사진이 더 잘 어울린다는 점도 사진작품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