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선 공천 당시 '형님 공천'논란으로 몸을 낮췄던 이 부의장이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한 막후조정역에 나선 것이다.

이재오,이방호 의원 등 주류 측 핵심 실세들이 총선에서 줄줄이 낙마한 데다 박희태,김덕룡 의원 등 중진들도 원외로 밀려나 이런 역할을 맡을 마땅한 인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부의장은 당내 친박계 의원 대다수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4일 전해졌다.

"지금은 무엇보다 나라를 잘 되게 해야 하고,이를 위해선 당내 화합을 통해 정권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앞으로 잘 상의해 나가자"며 다독이는 내용이었다.

친박계 의원들도 정국을 풀어갈 리더십이 전무한 상황에서 6선의 원로인 이 부의장에게 큰 거부감이 없는 눈치다.

특히 이 부의장은 최근 이 대통령과도 전화통화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의 도움 없인 국정안정은 요원하다"고 화합을 요청했고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이 부의장의 행보는 조심스럽다.

이 부의장은 측근들에게 "누가 계파를 만들어도 나는 안 나선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가 조용한 조정자역을 자임한 것은 총선 당시 소장파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에 "당이 어려움에 처하면 중재안을 놓고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던 그의 약속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이 부의장이 한일의원연맹 회장직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정치와 한 발 떨어져 있는 모양새를 취한 상태에서 갈등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측근은 "이 부의장은 국회직이나 당직과 같은 권력투쟁과 관련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며 "조용하게 할일을 하자는 게 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