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에 멍든 한국사회… 쇠고기ㆍGMOㆍ독도관련 "카더라"창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 중계동에 사는 중학교 2학년 박민경양(가명)은 지난 3일 오후 발신번호 1004가 찍힌 휴대폰 문자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병든 쇠고기 0.1g만 먹어도 빠르면 5년 안에 죽는다.
청계광장에 모여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라는 내용이었다.
박양은 정체 불명의 메시지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친구들과 함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린 청계광장으로 달려갔다.
"미친소 너나 먹어" 등의 다소 격한 구호도 외쳐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논란을 시작으로 '독도 포기'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돗물값 폭등'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괴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휴대폰 등 온라인 매체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과 연예인들까지 근거가 미약한 의혹 들추기에 가담하면서 갖가지 괴담들이 확대·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온라인에선 대통령 탄핵까지
지난 2일과 3일 광우병 우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청계천 촛불시위에는 2만여명이 참가했다.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마저 나타나 서명 인원이 4일 현재 99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근거없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급히 내놨지만 괴담의 창궐을 진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에는 "미국에선 내년부터 30개월 이상 쇠고기로는 강아지 등의 사료도 못 만들게 했지만 한국에선 나이 제한 없이 쇠고기가 수입돼 한국 사람은 미국의 강아지만도 못하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과자나 오뎅 국물을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화장품,생리대,기저귀도 위험하다'는 괴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수돗물값 하루 14만원?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GMO가 들어간 식품을 먹으면 성장 이상과 생식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돗물산업 민영화와 관련한 루머도 네티즌 사이에 '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
"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현재 하루 140원에 불과한 수돗물값이 하루 14만원으로 폭등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루머의 골자다.
이 밖에 "감기에 한번 걸리면 10만원,급성맹장 수술에는 300만원이 들 것"이라며 대중 공포감을 유발하거나 "현 정부가 독도를 포기하고 일본에 팔아먹기로 했다"는 식의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괴담도 유포되고 있다.
◆홍보에 소홀한 정부가 일차적 책임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괴담이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정부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홍보하지 못한 점을 1차 원인으로 지목했다.
광우병 유전자조작식품 의료보험 등 괴담의 소재가 되는 내용들은 모두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어려운 문제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가 홍보에 소홀한 틈을 타 '선동적'인 주장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정확한 근거없이 이를 정치 쟁점으로 확대시킨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공중파,인터넷 언론,연예인 등이 피상적인 지식에 바탕을 둔 주장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우상'으로 인식돼온 연예인까지 가세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언비어가 일단 퍼지고 나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추가 비용이 많이 들고 정부나 언론에 대한 불신감도 커진다"면서 "정부는 주요 정책에 있어 의사 결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확실한 해명으로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오진우 기자 kimdw@hankyung.com
'병든 쇠고기 0.1g만 먹어도 빠르면 5년 안에 죽는다.
청계광장에 모여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라는 내용이었다.
박양은 정체 불명의 메시지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친구들과 함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열린 청계광장으로 달려갔다.
"미친소 너나 먹어" 등의 다소 격한 구호도 외쳐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 논란을 시작으로 '독도 포기' 'GMO(유전자 변형 농산물)' '수돗물값 폭등' 등 확인되지 않은 각종 '괴담'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휴대폰 등 온라인 매체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과 연예인들까지 근거가 미약한 의혹 들추기에 가담하면서 갖가지 괴담들이 확대·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온라인에선 대통령 탄핵까지
지난 2일과 3일 광우병 우려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청계천 촛불시위에는 2만여명이 참가했다.
다음 아고라 등 온라인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마저 나타나 서명 인원이 4일 현재 99만명을 넘어섰다.
정부는 "근거없이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문제"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급히 내놨지만 괴담의 창궐을 진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에는 "미국에선 내년부터 30개월 이상 쇠고기로는 강아지 등의 사료도 못 만들게 했지만 한국에선 나이 제한 없이 쇠고기가 수입돼 한국 사람은 미국의 강아지만도 못하다"는 루머가 떠돌고 있다.
'과자나 오뎅 국물을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 '화장품,생리대,기저귀도 위험하다'는 괴담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수돗물값 하루 14만원?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GMO가 들어간 식품을 먹으면 성장 이상과 생식 기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돗물산업 민영화와 관련한 루머도 네티즌 사이에 '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
"수도사업이 민영화되면 현재 하루 140원에 불과한 수돗물값이 하루 14만원으로 폭등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루머의 골자다.
이 밖에 "감기에 한번 걸리면 10만원,급성맹장 수술에는 300만원이 들 것"이라며 대중 공포감을 유발하거나 "현 정부가 독도를 포기하고 일본에 팔아먹기로 했다"는 식의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괴담도 유포되고 있다.
◆홍보에 소홀한 정부가 일차적 책임
전문가들은 무책임한 괴담이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정부가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홍보하지 못한 점을 1차 원인으로 지목했다.
광우병 유전자조작식품 의료보험 등 괴담의 소재가 되는 내용들은 모두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어려운 문제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정부가 홍보에 소홀한 틈을 타 '선동적'인 주장들이 파고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정확한 근거없이 이를 정치 쟁점으로 확대시킨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큰 공중파,인터넷 언론,연예인 등이 피상적인 지식에 바탕을 둔 주장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우상'으로 인식돼온 연예인까지 가세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언비어가 일단 퍼지고 나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추가 비용이 많이 들고 정부나 언론에 대한 불신감도 커진다"면서 "정부는 주요 정책에 있어 의사 결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확실한 해명으로 의혹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오진우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