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여량ㆍ기간 맞추면 위험도 낮아져

폐경 전후의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열성 홍조(열이 나면서 얼굴이 붉어짐) 현상이나 골다공증을 완화 또는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고 건강수명을 늘려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치료가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된 뒤 여성들이 시술을 꺼림칙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한 궁금증을 박형무 중앙대 용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에스트로겐의 사용기간이 관건=여성호르몬 요법의 본질은 폐경 후에 급격히 줄어드는 에스트로겐을 약을 통해 인위적으로 보충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증식시키거나 자궁내막암 유발 위험성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다만 사용한 양과 기간에 비례해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자궁이 있는 여성에겐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자궁내막의 증식을 억제하는 프로게스틴(프로게스테론의 인공합성물)을 필수적으로 추가해 투여해야 한다.

과거에는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발표된 연구결과는 다소 달라졌다.

여성건강주도연구(WHI)는 에스트로겐을 단독 투여할 경우 7년 동안,간호사건강연구(NHS)는 15년 동안 유방암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보완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젠 에스트로겐 단독 투여의 경우 15년까지 안전하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비만 또는 과체중인 여성이라면 그 위험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유의해야 한다.

WHI 연구 결과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의 병합호르몬 요법을 받은 여성들은 치료이후 5.6년 동안 유방암의 위험성이 24% 증가했다.

그러나 WHI 연구가 시작되기 이전에 호르몬 요법을 일체 받지 않은 여성에선 유방암의 위험성이 높아지지 않았다.

또한 연구 전에 2년 이상 복용한 그룹에서만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

병합호르몬 요법이 최대 7년까지는 유방암에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얘기다.

복합요법을 장기간 실시하면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호르몬 치료 전에 유방조직의 밀도가 높을수록 그 위험은 커진다.

그러나 호르몬요법에 의해 유방밀도가 증가하는 것은 유방암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병합요법으로 유방 밀도가 높아진 치밀 유방이 되면 유방암이 잘 진단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다.

◆에스트로겐의 양 줄이면 안전=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양을 줄이는 게 모색되고 있다.

통상 표준용량의 절반을 쓰면 저용량 에스트로겐 요법,4분의 1을 쓰면 초저용량 요법이라고 한다.

저용량 요법에서도 자궁내막암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프로게스틴의 부가적 투여가 필요하다.

초저용량 요법을 할 경우 에스트로겐 패치를 쓰면 프로게스틴을 추가적으로 투여할 필요가 없으나 먹는 약을 쓴다면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6개월 간격으로 프로게스틴을 복용해야 한다.

한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소량씩 복합돼 있는 피임약을 장기복용하면 자궁내막암의 위험성이 약 50% 감소된다.

통상 이런 예방효과는 피임약 사용 1년 후부터 나타나고 난소암 발병 빈도도 줄어든다.

◆언제 치료를 할 것인가=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의 적기는 폐경이 왔느냐 여부보다는 폐경을 전후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났느냐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여성호르몬이 감소돼 있고 이로 인해 안면홍조 골다공증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비록 폐경 증상이 없다하더라도 골감소나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는 호르몬 요법이 권장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