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빠르면 부작용… 안전하면 '효과 은근'

최근 건강검진에서 고도비만 판정을 받은 김석우씨(37).몸무게를 15kg가량 줄이기로 마음 먹은 김씨는 효과적인 '살 빼기'를 위해 인터넷 정보를 검색했다.

'클릭' 수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불안감과 답답함은 더해졌다.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충고가 많았지만 "마약 성분이 함유된 만큼 피하는 게 좋다"는 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감기약과 간장약을 비만치료제로 광고한 제약사가 적발되면서 이런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김씨는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는 게 좋을까.

복용한다면 어떤 약이 적합할까.

혼란에 빠진 김씨를 위해 비만치료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김씨와 같은 고도비만자의 경우 식사조절 및 운동과 함께 비만치료제로 치료받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비만도 고혈압과 같은 질병이라는 이유에서다.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은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만으로 고혈압을 해결할 수 없듯이 비만도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질병으로 분류된다"며 "비만 환자도 고혈압 환자처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적절한 비만치료제를 선택할 차례.제품마다 효능이 다르고,일부 부작용도 있는 만큼 비만치료제를 고를 때는 반드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비만치료제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비만치료제는 크게 세 가지.식욕을 억제해주는 약물로 '시부트라민' 제제를 쓴 치료제와 '펜터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쓴 제품이 있으며,체내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최소화하는 지방흡수저해제가 있다.

최근 비만치료제로 둔갑해 문제가 된 일부 감기약과 간장약 제품들은 의사가 처방했을 경우에 한해 비만치료제로 쓸 수는 있지만,공식화된 비만치료제는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비만치료제는 포만감을 유도해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제품들이다.

애보트의 '리덕틸'(성분명 염산시부트라민)이 원조란 점에서 '리덕틸 제제'로 불리기도 한다.

이 제품은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장기간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판단을 받은 게 최대 강점이다.

체중감소 효과도 지속적인 편이다.

지난해 리덕틸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같은 제제를 쓴 국내 개량신약들도 대거 나왔다.

한미약품의 '슬리머'(메실산시부트라민)는 리덕틸의 부가염을 메실산으로 치환한 개량신약으로,지난해 7월 선보인 뒤 비만치료제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종근당의 '실크라민'(말산시부트라민) 역시 리덕틸의 개량신약으로,오리지널과 대등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제품이다.

저칼로리 식사요법을 시행하면서 3개월 이상 복용하면 한 번 뺀 체중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웅제약의 '엔비유'(시부트라민)는 리덕틸에서 염기를 제거한 시부트라민 무염제제로,생체 이용률을 높이고 안정성을 향상시킨 게 특징이다.

펜디메트라진,펜터민,디에칠프로피온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용한 식욕억제제도 비만치료제로 많이 쓰이고 있다.

시부트라민제제보다 단기적인 살 빼기 효과는 좋지만,'약물 의존성'을 부르는 마약 성분이 있는 탓에 원칙적으로 4주일 이내로만 복용해야 한다.

지방흡수저해제도 유력한 비만치료제 가운데 하나다.

한국 로슈의 '제니칼'(오를리스타트)이 원조인 이 제제는 입 안으로 들어오는 지방의 30%가량을 그대로 배설시키도록 한다.

다른 약제보다 안전성은 뛰어나지만,살빼기 효과는 다소 작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동훈 한사랑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은 "비만치료제를 복용하더라도 하루 세 끼 식사와 운동요법이 선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비만치료제는 살빼기 효과와 안전성이 반비례하는 제품이 많은 만큼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뒤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