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거목 박경리 타계] '土地의 어머니' 흙으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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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타계한 박경리씨는 한마디로 인간을 이야기한 작가다.
모든 작품을 인간에서 출발했고,작품 안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더 넓게는 인류까지도 탐구의 대상이 됐다.
박씨가 인간을 이야기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은 그의 삶이 사람의 가장 깊은 고통까지 닿아 있기 때문이다.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뒤 통영군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1946년 전매청 서기였던 김행도씨와 결혼한다.
그러나 한국전쟁 중 남편과 아들을 잇따라 잃고 외동딸 영주씨를 홀로 키우게 된다.
당시 친구의 도움으로 소설가 김동리씨를 찾아갔고 그의 추천을 통해 단편 소설 <계산>을 <현대문학>(1955년)에 게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씨는 등단 초기 주로 개인적인 삶과 밀착된 단편들을 써냈다.
〈불신시대〉(1957년)에서는 죽은 아들을 추억했고,《표류도》(1959년)는 실종된 남편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암흑시대>(1958년)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어린 두 남매와 노모를 부양하는 여주인공 순영이 문학을 통해 상처를 달래는 내용으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투영돼 있다.
1960년대부터는 개인의 비극과 아픔을 달래는 문학에서 벗어나 사회와 세계를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약국의 딸들》(1962년)과 《시장과 전장》(1964년)이 대표적이다.
19세기 중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경남 통영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김약국의 딸들》은 김약국의 다섯 딸과 이들의 어머니 한실댁을 중심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충동과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인 《시장과 전장》은 이념을 위한 전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개인의 비애를 담았다.
생존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여주인공 남지영은 저자 자신을,이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기훈은 남편의 모습을 녹아내기도 했다.
1969년에는 대작 《토지》 집필에 들어간다.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문학사상>(1972년),<주부생활>(1977년) 등 7개 매체를 거쳐 25년 만에 5부 21권으로 완성해 낸다.
그동안 박씨는 세상과 단절한 채 초인적인 집념으로 글쓰기에 몰두했다.
당시 문단에서는 토지 집필을 '생명을 건 사투'라고 부르기도 했다.
1971년 9월 유방암 수술을 하고 보름 만에 퇴원한 그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토지》 원고를 썼다.
그는 당시의 심정을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 곳에도 없었고,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주술(呪術)에 걸린 죄인인가.
내게서 삶과 문학은 밀착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징그러운 쌍두아(雙頭兒)였더란 말인가"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토지》 완간 이후에는 간간이 산문을 기고하고 시집을 출간하는 것 외에는 작품 활동은 최소화한 채 토지문화관 건립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2003년 현대문학에 장편 《나비야 청산가자》를 연재하기도 했으나 세 차례만 실은 채 미완으로 남겨졌다.
올 들어서는 현대문학 4월호에 <까치 설><어머니><옛날의 그 집> 등 신작시 3편을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창작 의욕을 보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모든 작품을 인간에서 출발했고,작품 안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다.
더 넓게는 인류까지도 탐구의 대상이 됐다.
박씨가 인간을 이야기한 작가로 평가되는 것은 그의 삶이 사람의 가장 깊은 고통까지 닿아 있기 때문이다.
1926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뒤 통영군청 공무원으로 일하다 1946년 전매청 서기였던 김행도씨와 결혼한다.
그러나 한국전쟁 중 남편과 아들을 잇따라 잃고 외동딸 영주씨를 홀로 키우게 된다.
당시 친구의 도움으로 소설가 김동리씨를 찾아갔고 그의 추천을 통해 단편 소설 <계산>을 <현대문학>(1955년)에 게재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씨는 등단 초기 주로 개인적인 삶과 밀착된 단편들을 써냈다.
〈불신시대〉(1957년)에서는 죽은 아들을 추억했고,《표류도》(1959년)는 실종된 남편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암흑시대>(1958년)는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어린 두 남매와 노모를 부양하는 여주인공 순영이 문학을 통해 상처를 달래는 내용으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투영돼 있다.
1960년대부터는 개인의 비극과 아픔을 달래는 문학에서 벗어나 사회와 세계를 인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약국의 딸들》(1962년)과 《시장과 전장》(1964년)이 대표적이다.
19세기 중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경남 통영 일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김약국의 딸들》은 김약국의 다섯 딸과 이들의 어머니 한실댁을 중심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충동과 욕망이 빚어내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인 《시장과 전장》은 이념을 위한 전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개인의 비애를 담았다.
생존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여주인공 남지영은 저자 자신을,이념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기훈은 남편의 모습을 녹아내기도 했다.
1969년에는 대작 《토지》 집필에 들어간다.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문학사상>(1972년),<주부생활>(1977년) 등 7개 매체를 거쳐 25년 만에 5부 21권으로 완성해 낸다.
그동안 박씨는 세상과 단절한 채 초인적인 집념으로 글쓰기에 몰두했다.
당시 문단에서는 토지 집필을 '생명을 건 사투'라고 부르기도 했다.
1971년 9월 유방암 수술을 하고 보름 만에 퇴원한 그날부터 가슴에 붕대를 감은 채 《토지》 원고를 썼다.
그는 당시의 심정을 "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 곳에도 없었고,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주술(呪術)에 걸린 죄인인가.
내게서 삶과 문학은 밀착되어 떨어질 줄 모르는,징그러운 쌍두아(雙頭兒)였더란 말인가"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토지》 완간 이후에는 간간이 산문을 기고하고 시집을 출간하는 것 외에는 작품 활동은 최소화한 채 토지문화관 건립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2003년 현대문학에 장편 《나비야 청산가자》를 연재하기도 했으나 세 차례만 실은 채 미완으로 남겨졌다.
올 들어서는 현대문학 4월호에 <까치 설><어머니><옛날의 그 집> 등 신작시 3편을 발표하며 마지막까지 창작 의욕을 보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