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골반 통증땐 의심해봐야

가임 여성에게 6개월 이상 월경과 무관한 골반 통증이 지속된다면 자궁과 골반에 문제가 있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장기화된 골반 통증을 일으키는 산부인과 원인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자궁내막증으로 대상 환자의 31%가량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자궁선근종증,골반울혈증후군(골반 내 정맥의 혈류정체) 등도 다른 이유다.

이 중 골반울혈증후군은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데다 스스로 진단하기 어렵고 다른 질환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골반울혈증후군의 복잡한 증상들=만성적인 골반 통증과 회음부 통증을 비롯해 하복부 통증,요통,성교통,2차성 월경곤란증,만성피로,과민성대장증후군,비정상적 자궁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방광이 자극받아 갑자기 나오는 절박뇨나 잦은 소변이 나타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증상들은 대개 6개월 이상 지속되며 성교 후나 월경 전,장시간 서 있을 때 심해질 수 있다.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혈뇨가 나오는 등 배뇨 관련 증상 때문에 방광염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골반울혈증후군은 대체적으로 방광엔 염증이 없고 골반정맥에 문제가 있다.

생리주기와 무관하게 생기는 만큼 생리통과도 상관없다.

움직이거나 허리를 굽힐 때 골반이나 하복부에 통증이 나타나므로 척추 인대손상과 혼동될 수도 있다.

◆임신,스트레스,성호르몬,자궁 내 장치 등이 원인=골반울혈증후군은 이미 100여년 전에 거론됐지만 최근에야 공식 질환으로 인정됐다.

기본적으로는 골반강 내 정맥들이 압박을 받거나 막혀 골반강 안에 연결돼 있던 자궁 및 난소 등 생식기 속의 정맥들이 확장되고 혈류가 정체되는 골반정맥류가 원인이다.

임신하면 골반정맥의 용량이 60%가량 늘어나고 확대ㆍ변형된 자궁이 골반정맥을 누르고 꼬이게 해 정맥혈류를 정체시킨다.

신경질적이거나 우울증 성향이 있다면 골반분비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골반 내 평활근의 긴장이 높아져 골반울혈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25∼35세 가임여성에게 유병률이 높은 것은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것과 관련이 깊다.

폐경 여성에서는 골반울혈증후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골반정맥류에 다낭성 난소,자궁확장,자궁내막 비후 등이 많이 동반되는 것도 여성호르몬 분비량과 관계있다.

루프 등 자궁 내 피임장치도 유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맥조영술이 가장 정확한 진단수단=이 질환의 원인인 골반정맥류를 진단하기 위해 혈액검사,골반경 검사,초음파 검사,골반정맥조영술 등을 동원할 수 있다.

이 중 정맥조영술로 직접 구불구불하게 늘어난 난소 및 자궁정맥 등을 관찰하는 게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다.

치료 방법에 있어 초기일 경우 황체호르몬제제나 성선자극분비호르몬을 투여해 골반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스트레스성이면 정신치료요법도 쓴다.

최근에는 난소정맥에 가는 도관을 삽입해 색전재나 경화제로 늘어난 정맥을 막는 난소정맥색전술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난소를 포함한 자궁을 떼어내기도 하지만 임신을 원치 않는 경우에만 가능한 방법이다.

/한윤희 인제대 일산백병원 영상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