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 '글로벌 빅3' 손잡았다

삼성.인텔.대만 TSMC, 웨이퍼 규격 450㎜로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 규격이 10년 만에 바뀐다.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대만 TSMC가 2001년부터 업계 표준으로 쓰여 온 300㎜ 웨이퍼를 대신해 2012년부터 450㎜ 웨이퍼를 표준 규격으로 삼기로 결정한 것이다.

세 회사는 메모리반도체와 중앙연산처리장치(CPU),파운드리(반도체 수탁가공) 부문에서 각각 세계 1위 업체다.

삼성전자 등 '빅3 동맹'은 6일 "반도체업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2012년까지 450㎜ 웨이퍼를 새 규격으로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세 회사는 이에 따라 2012년까지 새 웨이퍼 도입에 필요한 장비 및 부품을 개발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업계는 세계 반도체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세 회사가 450㎜ 웨이퍼 공동 개발에 나섬에 따라 향후 나머지 반도체 업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특성상 '누가 더 큰 웨이퍼를 사용하는 반도체 라인을 많이 보유하느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450㎜ 웨이퍼 시대 열린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원재료인 규소(실리콘)봉을 가로 방향으로 얇게 자른 원판을 말한다.

이 원판 위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얇은 미세회로를 격자 형태로 그려넣은 뒤 절단해 만든 게 반도체 칩이다.

웨이퍼의 크기(원판의 지름)는 10년 주기로 변해왔다.

1990년 초반까지 100㎜,150㎜ 웨이퍼가 사용됐으나 1991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200㎜ 웨이퍼가 널리 쓰였다.

2001년에는 독일 인피니언이 300㎜ 웨이퍼 시대를 처음 열었다.

이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보다 큰 웨이퍼를 도입한 것은 웨이퍼 크기가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웨이퍼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한 장의 웨이퍼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반도체의 수량도 늘어난다.

동일한 반도체 라인에 200㎜ 웨이퍼를 사용할 때보다 300㎜ 웨이퍼를 사용하면 장당 2.25배나 많은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다.

300㎜ 웨이퍼 공장 하나를 지으면 200㎜ 웨이퍼 공장 두 개를 짓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50㎜ 웨이퍼는 300㎜ 웨이퍼에 비해 칩 생산량이 두 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웨이퍼를 사용할 경우 반도체 업체의 생산성도 급격히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합종연횡 잇따를 듯


반도체 업계의 '빅3'가 450㎜ 웨이퍼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도 점쳐지고 있다.

200㎜ 웨이퍼와 300㎜ 웨이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업계 지각변동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삼성전자는 1991년 200㎜ 웨이퍼 공장을 가장 먼저 도입하면서 도시바와 히타치 등에 뒤졌던 생산성을 높이면서 D램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는 2004년부터 200㎜ 웨이퍼를 줄이는 대신 300㎜ 웨이퍼 비중을 70% 이상 확보하면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는 여전히 200㎜ 웨이퍼 공장 비중이 45∼50%에 달한다.

생산성이 낮은 200㎜ 웨이퍼 공장이 많은 탓에 두 회사는 작년 2분기부터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다.

450㎜ 웨이퍼 시대가 열릴 경우 선두업체와 중♥하위권 업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450㎜ 웨이퍼 공장을 세우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 웨이퍼 공장 하나를 세우는 데는 2조5000억원가량,300㎜ 웨이퍼 공장 하나를 세우는 데는 4조원가량이 든다"며 "450㎜ 웨이퍼 공장 설립에는 5조∼6조원가량이 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도시바 등 몇몇 선두 기업은 이런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업체들은 합종연횡을 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란 예측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