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이 상황에서 빨리 비준하자 할수 있을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는 오는 13∼14일 양일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를 개최키로 했다.

통외통위는 6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청문회 실시 일정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17명의 증인 및 23명의 참고인 출석 요구건을 의결했다.

통외통위는 청문회 첫날인 13일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하며, 14일에는 정운천 장관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으로부터 국내 보완대책에 대해 보고를 듣고 질의를 벌인다.

하지만 정운천 장관이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농축산업 분야 국내 보완대책을 보고하면서 애초 계획에 없었던 쇠고기 협상과정도 보고토록 함에 따라 한미 FTA 청문회는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농림, 기획재정, 문화, 지식경제, 노동, 복지, 방통위원장 등 9명의 장관 및 장관급 인사들, 그리고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한미 FTA 반대론자인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 등이 채택됐다.

한미 쇠고기 협상 대표인 민동석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도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통외통위 청문회 개최 합의 과정에선 쇠고기 협상 결과를 둘러싸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통합민주당 최성 의원이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 비준의 전제조건이었는지 따지면서 상정 여부를 결정해야지 별개 논의는 국익과 배치된다"고 하자 한나라당 진영 의원은 "쇠고기 문제는 노무현 정부 때 해결이 안돼 이명박 정부가 계승차원에서 해결한 것으로 더 지체하면 17대 국회에서 처리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최 의원과 서갑원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한미 FTA를 타결했지만 국민 생명권, 주권, 축산농가를 죽이는 쇠고기 문제를 같이 통과시키자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FTA 비준을 전제로 청문회를 개최하는 건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요식적인 행위로 진행되는 한미 FTA 청문회를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쇠고기 문제와 함께 다뤄야 하며, 통상절차법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원장은 "쇠고기 문제가 한미 FTA와 분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청문회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충분히 논의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한 뒤 "통상절차법은 해당 소위원회에서 시급히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후 당산동 당사에서 유명환 외교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미 FTA는 빨리 비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쇠고기 협상이 처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빨리 비준하자' 이런 말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지, 쇠고기 협상이 한미관계 특히 위생, 건강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크게 길러놨고 신뢰를 많이 손상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정 농림수산 장관으로부터 한미 쇠고기 협상에 따른 대책을 보고받고 농가단위 소득보전 직불제 조기시행, 사료가격 안정기금 운용, 국제곡물 선물시장 진출 등을 강력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