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7일 열린 '쇠고기 청문회'는 1988년 5공청산 청문회 이후 국민의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청문회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청문회를 그동안 인터넷에 떠돌며 국민을 불안케 했던 '광우병 괴담'의 진위여부를 가늠할 기회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청문회의 초점이 맞춰지길 원했다.

하지만 TV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했다.

진행을 맡은 권오을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한 개 질의응답에 할당한 시간은 10분.의원의 질문이 길어지면 그만큼 정부 측 답변은 짧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늘 그렇듯이 질문에 나선 의원들은 거의 10분 내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정부 측이 답변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홍문표 의원은 국내 검역관의 미국 상주 계획,광우병 발생시 전수조사 계획,동물성 사료강화 조치의 시점 문제 등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7분을 할애해 질문했다.

정운천 농림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에게 남은 시간은 단 3분.당연히 답변은 그동안 다 알려졌던 피상적인 내용에 그쳤다.

광우병 위험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한 통합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보다는 위험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영호 의원의 경우 아예 "내가 하는 말이 틀린 부분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해놓고 10분 내내 광우병 위험성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의원들은 특히 '광우병 발병 원인인 변형프리온 단백질은 혈액이나 살코기에서도 검출된다''한국 사람은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다른 인종에 비해 2∼3배 더 높다'는 등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논리적 비약이 있는 '가설'을 반복적으로 되뇌였다.

청문회를 뜻하는 영어 단어는 'hearing'이다.

한자로는 聽聞會.듣는 자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에 나온 의원들은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대다수 농해수위 의원들이 청문회 본질인 국민의 궁금증 해소에 관심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진 자리였다.

유창재 정치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