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이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에까지 상륙하면서 소비.유통현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AI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과 과도한 광우병 불안 조장으로 패밀리 레스토랑,패스트푸드점은 물론 치킨점,설렁탕집 등 서민형 외식업소들까지 매출이 급감하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 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생닭과 미국산 쇠고기 판매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고,육류 수입업체들도 미국산 쇠고기를 언제 얼마만큼 수입할지 고민에 빠졌다.

대형 마트인 홈에버는 7일 AI 사태가 진정돼 고객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전국 35개 매장에서 생닭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 마트들은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이날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AI와 무관한 지역 생산 농가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그대로 팔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AI 공포가 계속된다면 매장 이미지 차원에서 판매 중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광우병 괴담'이 쇠고기 자체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면서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 매출까지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 주말(3~4일) 한우.호주산 쇠고기 판매가 1주일 전에 비해 10%가량 줄었고,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한우가 8%,호주산은 20% 가까이 감소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쇠고기가 들어간 미역국 급식까지 거부할 만큼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입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지난달 호주산 쇠고기 수입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급감했다.

수입업체들은 당초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이달 말부터 본격 수입 채비를 갖췄으나 일단 보류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서민형 외식업소들은 자칫 5월 '가정의 달' 대목을 그대로 날려버릴 판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치킨전문점 주인은 "닭을 튀기기 때문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해도 도통 믿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미 주문이 30%가량 줄었는데 AI가 서울에까지 번져 장사는 다한 셈"이라고 한탄했다.

마포구 S설렁탕 점주는 "이달 들어 6일까지 매출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감소했다"며 "한우나 호주산 쇠고기를 쓰는 설렁탕까지 미국산 쇠고기와 동급으로 취급받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혼란 속에 관련 업계는 소비자들의 과도한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치킨외식산업협회 대한양계협회 등 9개 단체는 이날 '한국가금산업발전대책협의회'를 구성,닭.오리고기 안전성을 알리는 홍보전단 5억장을 만들어 배포하고 대대적으로 광고도 할 예정이다.

송태형/김진수/장성호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