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 지고 '특화'가 뜬다.

특화된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경영일반에 대해 배우는 글로벌 MBA스쿨보다는 특정 분야에 대한 맞춤형 지식을 제공하는 특화 MBA들이 한국형 MBA스쿨의 인기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따른 올해 상반기 신입생을 모집한 11개 한국형 MBA스쿨(풀타임 주간)의 평균 경쟁률은 3.8대 1을 기록했다.

MBA 경쟁률은 지난해 상반기 2.7대 1을 기록하는 등 2006년 출범부터 오름세를 탔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1.8대 1로 크게 떨어졌었다.

하지만 파트타임(야간,주말) 신입생을 모집한 9개 대학이 경쟁률 상승세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878명 모집에 3148명이 지원해 3.5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작년 하반기 2대 1에 비해 크게 뛴 것이다.

파트타임 MBA스쿨의 특징은 대부분 한 분야에 특화된 과정이라는 것.특화된 한국형 MBA스쿨 졸업생 3인을 통해 이들의 특징을 살펴봤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금융공학 김영성씨

서울과학종합대학원(서과종)은 역사에 비해 브랜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 서과종의 명성은 자자하다.

2006년 서과종의 금융공학 과정에 입학한 김영성씨는 '서과종의 천재'로 불렸다.

국내 A증권회사에서 파생상품 프라이싱 모델을 개발하는 '퀀트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그는 회사의 지원으로 서과종에 입학했다가 졸업과 동시에 신한은행으로 스카우트됐다.

김씨는 서과종 금융공학 과정의 장점으로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사례 중심의 수업을 꼽았다.

그는 "KAIST 금융공학 과정이 수리적 백그라운드에 초점을 맞춰서 배운다면 서과종은 곧바로 적용 가능한 살아있는 지식을 배운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회사에서 세미나를 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지식들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동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전 직장에 비해 1.8배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이직 업계에서 평균 연봉 상승률이 10%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다.


◆숙명여대 르꼬르동블루 MBA스쿨 김경미씨

식품 대기업인 대상에서 근무 중인 김경미씨(31)는 숙명여대 '르꼬르봉블루' MBA스쿨 졸업 후 최연소 과장 승진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2006년 1기 신입생으로 들어와 올해 초 졸업과 동시에 과장으로 승진한 그는 "회사에서 실제 일하는 부분과 학교에서 배우는 점의 교집합이 커 시너지 효과가 컸다"며 "같은 내용을 배워도 직장 경험을 하고 배우는 것과 대학생 때 배우는 것은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 과정은 소수 정예로 운영돼 교수들과 1 대 1 대화가 가능했다"며 "인원이 적다보니 학생들 간의 유대감도 더 깊어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숙명여대 '르꼬르몽블루' MBA스쿨의 또 다른 장점으로 호주의 르꼬르몽블루 MBA스쿨과의 연계를 들었다.
그는 "직접 호주로 실습 수업을 받는다"며 "글로벌 프로그램인 르꼬르몽블루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서강대 프로 MBA스쿨 김종수씨

2006년 서강대 야간 MBA스쿨에 입학해 올해 졸업 예정인 김종수 한국투자증권 과장(32)은 "해외 지점 파견을 목표로 국제경영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 8년 만에 차장으로 승진한 그는 회사의 지원을 통해 서강대 프로 MBA를 찾았다.
현재 주식 브로커 업무를 맡고 있는 김씨는 "MBA스쿨 졸업 후 동남아 등 현지 법인 설립 때 회사 자본 직접 투자 업무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거 증권회사의 해외 지사는 연락 사무소 역할에 그쳤지만 최근엔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직접 투자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강대 MBA스쿨의 특징은 '서강 고등학교'라는 명성에 걸맞게 철저한 학사관리를 꼽았다.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보면 어려운 점이 많지만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인맥쌓기보다는 진짜 공부를 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라며 "무엇보다 비교적 젊은 30대 실무자들이 많아 정보 교환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도 장점"이라고 꼽았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