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을 키운다는 명목하에 특정 대학만을 지원해 오히려 국내 MBA
스쿨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갑자기 BK21 지원 기준을 바꿔 형평성 논란마저 일으키는 등 대학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5일 ‘BK(두뇌한국)21’의 고급서비스분야 중 하나인 경영전문대학원(M
BA스쿨) 2차연도 평가 제출 서류를마감했다.

지난해 옛 교육인적자원부의 1차연도 BK21 MBA스쿨 평가에선 고려대가 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등의 순이었다.

교육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최하위를 기록한 연세대의 MBA 사업예산을 삭감하고 그 금액만큼을 고려대에‘인센티브’로 줬다.

교과부는 올해도 두 달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다음 달 2차연도 BK21 MBA스쿨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세대가 이번 평가에서도 4위를 기록할 경우 당초에는 예산 삭감에 그치지 않고 아예 지원대상에서 제외
될 예정이었다.

때문에 연세대는 그동안 2단계 BK21 평가에서 순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교과부는 올해 초 공청회를 통해 이 같은 원칙을 뒤집고 4위를 한 대학이 새로 진입하게 될 대학
과 또 다시 경쟁한다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었다.

이렇게 되면 만약 연세대가 4위를 하더라도 곧바로 탈락하지 않고 신규 진입을 원하는 대학들과 한차례 경쟁을 벌여야 한다。이 경쟁에서 연세대가 선택받을 경우 연세대는 정부 지원을 계속 받게 되는 것이다.

서강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올해 BK21 MBA사업에 신규 진입을 원하는 대학들은 교육부의 이 같은 방
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규 진입을 원하는 대학의 한 경영대 교수는“지금까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던 학교가 아예 경쟁에서 배제되지 않고 정부 지원을 못 받은 학교와 함께 동등한 선정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
적했다.

그는 또“정부가 정당한 공청회 절차도 없이 특정 학교의 입맛에맞게지원기준을맞췄다”며 음모설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까지 확정 짓기로 했던 2차연도 BK21 평가 기준은 두 달가량 지체된 올해 2월 말에야
가까스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지원 학교의 최하위 대학이 무조건 탈락해야 한다는 당초 기준이 갑작스레 바뀌었다.

정부 BK21 평가의 또 다른 문제는 MBA스쿨의 교육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보다는 BK21 사업단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2단계 BK21의 평가 기준을 살펴보면 전체 150점 중에서 교육부문이 차지하는 항목은 50점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교육과정 운영이 78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학원생의 취업률(21점),정부연구과제 수주규모(9점),산업체의 과제 수준(33점),실무 중심의 인력양성 운영(39점) 등 MBA스쿨의 교육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평가 항목들이 주를 이룬다.

이와 관련, 모 대학의 한 교수는 “영국과 미국 등의 MBA 랭킹은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며 “현재 정부가 하고 있는 MBA 평가는 제대로된 평가라고 하기 어렵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BK21 평가를 통해 특정 MBA스쿨만을 지원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
다.

비즈니스 교육은 기본적으로 자율 경쟁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한국형 MBA스쿨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국내 경영대 교수는 “정부가 몰아주기식 지원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형 MBA스쿨의 교육과정이 왜곡되고 있다”며 “MBA스쿨들끼리 자율 경쟁을 해서 살아 남은 곳은 살아남고 도태되는 곳은 사라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국내 MBA스쿨 관련 정정 및 반론=지난 5월9일자 '정부의 특정대학 지원,MBA 발전 되레 걸림돌' 제하의 기사에서 평가기준 부분에 전체 150점 중 교육부문이 차지하는 항목이 50점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바 있으나,사실 확인 결과 전체 300점 중 '교육영역'이 144점,'교육과정 운영'은 75점인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한편,한국학술진흥재단은 위 보도에서 올해 초 바뀌었다고 표현된 BK21 지원기준은 2006년 2단계 BK21사업 공고 당시 이미 정해진 기준이며,특정 대학을 위해 변경된 것이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