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폭등에 부담을 느낀 비료업체들이 가격 인상이나 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며 공급을 중단하고 나서 농사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7일 농협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학 비료업체들인 풍농과 KG케미칼이 지난 2일부터 수지가 맞지 않아 생산을 할 수 없다며 농협 공급을 중단했고 동부한농화학도 이날부터 동참할 계획이다.

비료업체들은 "농협 외 판매처에는 값을 50% 올려서 공급하고 있다"고 말하고 "원자재 가격, 운임, 환율 폭등에 따라 도산할 위기에 처했으니 농협이 가격을 인상해주든지 정부에서 보조금을 부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자재 가격은 작년 말에 비해서만 암모니아가 56%, 인광석이 200%, 염화가리가 81%, 유황은 177%, DAP(인이안)가 128% 폭등했으며 수출국들이 원자재를 무기화하면서 원료를 확보하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풍농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원료 가격이 가파르게 뛴 것을 반영해 올해 초에 납품 가격을 50% 이상 인상했어야 하지만 농민 부담을 줄이고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평균 24% 인상을 수용했는데 최근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올해 2.4분기에만 전분기 대비 60-70%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G케미칼 관계자는 "가격이 오르면 농민들의 부담이 커지겠지만 지금은 업체들이 생산을 계속할 수 없는 여건이다"고 털어놨다.

동부증권 박영훈 애널리스트는 "국내 비료 수요의 절반을 책임지는 영세 비료업체들이 쓰러질 경우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그렇다고 상장사인 남해화학이 수익을 포기하고 물량을 모두 내수로 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협의 자회사인 남해화학은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출 단가 급등에 힘입어 올 1.4분기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에 비해 41.5%, 555.4%나 뛰는 등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농협은 일단 재고 물량과 남해화학 공급 분으로 5월 한달은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농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일단 농민들이 6월까지인 성수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업체들에 공급 재개를 요청하는 한편 정부 측에는 보조금 보완을 건의하고 농가에는 비료를 적절하게 사용할 것을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