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경제위기 앞에서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평생직장이라고 믿고 있던 일터에서 나이가 50이 넘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내몰렸다.

당시 50대 치고 안심하고 있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외환위기와 이후의 구조조정이 모두에게 피해만 줬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길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의 바로 밑 후배들을 생각해 보라.그들에겐 어쩌면 경제위기가 최대의 기회였다.

앞에 줄줄이 서있던 '걸림돌'들이 사라졌으니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1990년대 말 경제위기는 외부적 사건으로 인한 기업 세대교체의 계기이기도 했다.

개인들뿐만 아니었다.

당시 대기업들이 휘청거릴 때 적잖은 회사들이 기회를 잡았다.

이랜드 대한전선 등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고 미래에셋 NHN 다음 같은 신생 회사들이 혜성같이 나타나 재계 지도를 바꾸었다.

그리고 10년 뒤 우리 사회에 세대 교체의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특히 10년 만에 우파정부가 들어서면서 권력의 축도 민간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변화는 공직사회에서 먼저 감지된다.

고위직 공무원 인사를 보자.10여년 전만 해도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관은 임명되면 끝이었다.

대통령과 함께 5년 임기를 채우는 장관도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새 정부 들어 벌써 장관 내정자 3명이 낙마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사퇴했다.

수천명의 인재풀에서 고르고 골라도 이 정도다.

검증기준이 엄격해졌다고는 하지만 인재풀 자체가 한계가 있다는 방증이다.

기존의 풀보다 아래 연령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세대 교체는 피하기 어렵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세대 교체와 함께 불어올 바람은 바로 권력 이동이다.

300여개가 넘는 공공기업 및 기관의 임원들을 교체하다 보면 리더그룹의 연령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다 정부가 공공기관장 자리에 퇴직 고위공무원이나 공직선거 낙선자들이 올 수 없게 한다고 밝힌 만큼 과거의 관행이 통하지 않게 됐다.

결국 민간에서 이미 검증받은 인사들을 공모제로 선발할 수밖에 없고,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권력의 중심이 민간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교체가 조용히 이뤄질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세대 교체의 경우 여전히 나이와 기수를 따지는 우리 사회 풍토에선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41세에 영국 총리가 된 토니 블레어,45세에 GE 회장이 된 제프리 이멜트 같은 경우는 우리에겐 글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또 민간 출신이 공공부문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도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공기업에 대해 '을'의 위치였던 만큼 조직적인 저항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세대 교체와 권력 이동이 대세라는 사실이다.

더 젊은 사람이 있고,기회를 노리는 민간인들도 적지 않은 만큼 이런 대세는 뒤집어지기 어렵다.

실제 현재의 리더들이 '30년 이상' 군림하고 있는 부문이 사회 곳곳에 너무나 많고, 그만큼 아래로부터의 불만도 폭발직전까지 올라와 있다.

좋든 싫든 인재 교체의 도전이 시작됐고, 인터넷과 디지털혁명이 그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변화의 바람이 위기가 될지,기회가 될지는 각자에게 달렸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