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폐막하는 제4회 부산모터쇼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주최 측은 연일 몇 만명이 입장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며 분위기를 띄운다.

그러나 모터쇼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을 보면 감동과 열기보다는 부족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더 많다.

부산모터쇼가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언론 사전공개 행사 때 만난 자동차업계 사람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한 수입차회사 사장은 "이런 행사에 왜 꼭 참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사장은 "안 나올 수는 없어 구색만 맞췄다"고 털어놓았다.

수입차 업계의 경우 3회 부산모터쇼까지는 지역 딜러들이 본사 지원을 받아 차를 전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올해는 본사에서 직접 참가했다.

그러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쓴 돈에 비해 얻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차업체 A사는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그 비용을 전국적인 시승회로 돌려 직접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게 오히려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부산모터쇼의 정체성은 올해 선보인 차들의 면면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기아,GM대우자동차가 그나마 성의를 보였을 뿐 르노삼성이나 쌍용자동차는 시중의 일반 전시장을 조금 크게 옮겨 놓은 데 그쳤다.

쇼카 한 대 정도는 만들 수도 있었지 않느냐는 질문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계륵'으로 생각하는 행사니 부산모터쇼만을 위한 컨셉트카 전시는 꿈도 못 꾸고 조만간 국내에서 새로 판매할 모델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생색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모터쇼도 아직 외국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마당에 부산모터쇼가 국제적인 모터쇼로서 위상을 갖추기엔 아직 무리인 게 사실이다.

시장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아서다.

모터쇼는 철저하게 시장 규모를 반영하는 행사다.

베이징모터쇼나 상하이모터쇼가 2~3년 새 엄청난 규모로 커진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시장이 '중요한 곳'으로 인식된다면 국내외 업체를 막론하고 브랜드를 인정받고 더 많은 차를 팔기 위해 컨셉트카는 물론 화제가 될 차들을 줄줄이 출품할 게 뻔하다.

대규모 전시장을 지은 뒤 수익을 위해 억지로 행사를 만들어 기업들을 고민스럽게 할 게 아니라 시장을 키우는 일이 먼저다.

불가피하게 순서를 바꾸더라도 명확한 컨셉트를 잡고 그에 걸맞은 모터쇼로 꾸미는 게 최소한 현재의 부산모터쇼보다는 호평을 받지 않을까.

벡스코를 찾았다가 인파에 떠밀리며 '멋진 차'가 아닌 '섹시한 모델'들의 다리만 보다 돌아갈 많은 관람객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강호영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