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해외진출 패턴이 바뀐다] (3ㆍ끝) IB로 선진금융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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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진출 1년만에 1천만弗 넘는 수익 달성
"만 1년 된 홍콩 투자은행(IB)본부 영업수익이 30년된 뉴욕 지점과 맞먹는다."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 지역 청쿵센터 47층.우리은행의 홍콩 IB본부인 우리글로벌 이광구 법인장은 중국은행,HSBC,AIG 빌딩 등을 내려다 보며 이같이 말했다.
2006년 10월 세워진 우리글로벌은 지난해 영업수익 1100만달러를 거뒀다.
뉴욕 지점의 1400만달러에 육박한다.
같은 시기에 출범한 신한은행 홍콩 IB본부인 신한아시아는 옛 조흥은행 홍콩 지점을 이어받아 지난해 1400만달러에 달하는 영업수익을 이뤄냈다.
세계 금융의 각축장인 홍콩.거대 시장 중국의 전초기지로 부상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이곳에서 한국의 두 은행이 시장 진입에 성공한 셈이다.
"한국 IB도 해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되면서 다른 은행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외환은행은 올해 말,하나은행은 내년 상반기에 홍콩에 나간다는 방침이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 70여곳의 아시아본부가 자리잡은 홍콩은 딜 소싱(Deal Sourcing)의 중심지다.
중국뿐 아니라 인도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 시장까지 커버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며 국제 투자 허브로 급성장했다.
2006년 초 우리,신한은행은 IB에서 성공하기 위해 홍콩에 진출하기로 했다.
전 세계 IB와 경쟁하며 네트워크와 실력을 쌓아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한국인 직원을 파견하던 방식도 뒤집었다.
영업 등 주요 인력은 현지인으로 채우고 본국 파견은 최소화시켜 관리 등 후선업무를 맡겼다.
현재 우리글로벌은 42명 중 34명,신한아시아는 33명 중 22명이 현지인이다.
IB에선 평판이 중요하다.
이름을 알리고 업력을 쌓기 위해 사업 초기에 우리글로벌은 선박금융,신한아시아는 차입매수(LBOㆍleveraged buy out)를 특화했다.
이런 전략은 주효했다.
우리은행은 설립 한 달 만인 2006년 11월 싱가포르 선박사에 대한 주선을 시작으로 5건,4억4500만달러 규모의 선박금융을 성사시켰다.
이달 중엔 외국계 사모펀드에서 1억달러 이상을 출자받아 3억달러 규모의 역외 선박펀드를 출범시킨다.
신한아시아는 그동안 LBO 25건에 참여했다.
지난해 5월 JP모건,도이치뱅크 등과 함께 주간사로 나섰던 사모펀드 KKR의 싱가포르 MMI 인수건(6억달러)은 '2007년 올해의 LBO딜'(파이낸스아시아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IB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박인철 신한아시아 법인장은 "수수료만 받아선 큰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며 "자기자본투자(PI)를 해야 하는데 자본금이 적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신한아시아,우리글로벌의 자본금은 각각 5000만달러다.
내부 여신한도(자기자본의 20∼25%)를 감안하면 투자여력은 1000만달러 수준에 그친다.
홍콩 지역에서 많이 이뤄지는 PI 규모는 최소가 1억달러 정도다. 자본금이 5억달러는 돼야 PI에 나설 수 있다.
골드만삭스 등의 자본금은 수십억달러에 달한다.
우리글로벌은 설립과 동시에 증자를 추진,조만간 농협과 글로벌IB A사로부터 5000만달러를 출자받은 뒤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금을 2억달러로 키울 계획이다.
현상순 우리글로벌 영업대표는 "중국 기업의 IPO를 주선하고 여기에 자기자본도 투자해 상장차익까지 노리겠다"고 밝혔다.
우리글로벌은 이를 위해 최근 5명 규모의 IPO팀을 만들었다.
우수 인력 채용도 임금 체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트워크에 기반해 이뤄지는 IB 사업의 특성상 우수한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한국 은행의 문화에선 이들에게 고액 연봉을 주는 데 반감이 크다.
리먼브러더스(3781명),모건스탠리(1500명),BN파리바(1300명),골드만삭스(970명) 등 글로벌 IB를 숫적으로 따라잡기도 현 구조에선 힘들다.
IB를 위한 독립적 의사결정 및 여신심사 기준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홍콩에서 만든 딜도 본점 여신심사 부서에서 국내 여신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 늦고 승인이 잘 나지 않는다.
최종하 산업은행 홍콩지점장은 "한국계 은행 IB가 발전하려면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며 "한두 곳이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들어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콩=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