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던 일부 비료업체들이 실제로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7일 비료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풍농과 KG케미칼에 이어 동부하이텍도 이날부터 제품가 인상을 요구하며 농협에 대한 납품을 중단했다.

KG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말 이후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 등의 가격이 50%에서 200%까지 올랐는데 농협이 지난해 말 책정한 가격을 고수해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도산 위기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농협이 제품가격을 인상하던지, 정부가 보조금 제도를 부활할 때까지 농협에 대한 출하를 멈춘다는 것.

다른 비료업체 관계자도 "원재료값 상승이 어느 정도면 감내하겠지만 현재 상승세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라며 "8000~9000원짜리 비료 한 포대를 팔면 최고 3000원까지 손해를 볼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료 가격 인상에 대한 농협의 입장은 '불가'에 가깝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농협은 농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며 "가격 인상에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원재료값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 화학비료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는게 농협의 입장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검토 중이긴 하지만,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유기질 비료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기조에 따라 2005년 힘들게 화학비료 보조금을 없앴는데 얼마 안 돼 또 부활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농협이나 정부, 어느 쪽도 비료업체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다만 국제 비료가격은 원재료값에 연동해 오르고 있으므로 수출 비중이 높은 남해화학과 KG케미칼, 삼성정밀화학 등은 비교적 어려움이 적은 편이다.

업체들이 이렇게 고충을 겪고 있는 동안에도 주가는 급등세를 보여 왔지만, 이제는 내막을 제대로 파악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봉원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년 연말 농협과 가격 계약을 맺는 국내 비료시장의 내막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단순히 국제 곡물값이 오르면 당연히 비료값도 오를 것이란 환상 때문에 주가가 급등했었다"며 "올 초부터 이미 업체들은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비료업체들의 공급 중단으로 그동안 갖고 있던 환상이 깨질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