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3년 만에 귀국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46)은 7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고 있는 현 정부가 생색내기 용으로 규제 철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기업활동에 대한 감시에도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장은 "쓸데없는 규제는 없애되 상생하는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감시하고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의 경우 시장을 독식하지 않고 비즈니스적으로 협력하는 정책을 펴 수백개의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처럼 상생하는 미국의 벤처 풍토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 중소벤처기업이 허약한 이유로 교육 정책 금융 등 인프라 부족, 중소기업을 홀대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관행,벤처 임직원의 실력 부족을 꼽았다.

안 의장은 "벤처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스스로 실력을 길러야 한다"며 "최고학습책임자(CLO) 역할을 자임한 것도 그동안 쌓은 경영 노하우와 지식을 국내 벤처기업에 전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년 뒤 국내 벤처업계를 이끌 싹이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는 국가 경제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라도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은 13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나 중소벤처기업은 20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안 의장은 "10년 동안 기업을 경영하면서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으나 MBA 과정을 밟으면서 썰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듯 부족한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다른 벤처기업도 사정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해 CLO 역할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경영자MBA 과정을 밟으면서 벤처 종사자의 실력평가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작년 말부터 안철수연구소에 이를 적용해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재무 마케팅 개발 등 다양한 직군의 벤처 종사자 개개인에게 현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놓았다"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장은 지난 1일 KAIST 정문술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정문술 석좌교수직은 2003년 7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출연한 기부금(300억원)으로 지원된다.

안 의장은 가을 학기부터 KAIST 학부생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이코노믹스' 강좌를 맡는다.

사례 위주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할 예정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