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들이 미분양아파트를 팔기 위해 금융 비융을 줄여주는 등 사실상 할인판매에 나서자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먼저 아파트를 샀던 계약자들은 할인조건을 똑같이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기존 계약자들이 로열층을 분양받은데다 차등계약에 법적인 하자도 없다"며 거부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이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짓는 '수명산 SK뷰' 3개동에서 작년 7월 분양 이후 중대형 위주로 미분양이 나오자 올 3월부터 할인 마케팅에 나섰다.

중대형(142~175㎡) 4층 이하 입주가구에 한해 중도금 40% 이자후불제를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융자로 돌렸다.


가구당 약 208만~239만원에 이르는 발코니 트기 옵션도 무료로 전환했다.

이렇게 되면 미분양 계약자는 142㎡(42평)형의 경우 6억3900만∼6억7300만원(3.3㎡당 1482만~1566만원대)을 주고 산 기존 계약자보다 약 4%(2508만~2654만원)를 덜 내는 효과를 본다.

발코니 트기 비용이 무료인데다 3억8340만~4억380만원 하는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릴 수 있어 2300만~2422만원의 이자비용(연 6% 가정)을 안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대조건이 제시되자 '수명산 SK뷰'는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소진돼 지금은 전체 171가구 중 △142㎡ 2가구 △152㎡ 2가구 △154㎡ 4가구 △175㎡ 2가구 등 총 10가구만 미분양으로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황학 아크로타워' 3개동에서도 141㎡(42평) 이상 중대형(3.3㎡당 2110만∼2294만원)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자 작년 11월부터 중도금의 상당액을 입주 시 잔금으로 돌리고 이자후불제를 실시하는 할인조건을 내걸었다.



중도금 비중은 △141.144.152㎡형은 기존 60%에서 30%로 △170.174.193㎡형은 60%에서 50%로 각각 30%포인트,10%포인트씩 줄여 입주 전 자금 부담을 덜어줬다.

현장 관계자는 "중도금 비중을 낮추고 이자후불제를 실시하자 계약이 몰려 현재 총 263가구 중 20여가구만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차등 할인에 대해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명산 SK뷰' 중·소형인 108㎡(32평)를 작년 7월 청약을 통해 계약한 계약자는 "계약이 속속 이뤄져 미분양 아파트라는 꼬리표를 떼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할인 혜택을 못 받아 손해를 본 느낌"이라며 "건설사 측에 똑같이 혜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먼저 계약한 가구는 선택폭이 넓어 대부분 로열층을 선점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층이나 대형 평형 일부로만 한정된 할인 혜택을 똑같이 적용해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계약 당사자 간 자유의사에 의해 이뤄진 계약을 일방이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을 털기 위해 차등 혜택을 실시할 때 '몇 층 이하 혹은 몇 평형 이상'으로만 한정해 적용대상을 최소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