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경리 문학인장 영결식 … "하늘의  '토지'서 우릴 지켜보소서"
"선생님의 위독하시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갔을 때 비록 의식은 없으셨지만 손은 참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평소 유난히 손이 찬 저는 마음까지 시려져 선생님의 따뜻한 손으로 제 언 손을 녹이려고 했습니다. 선생님을 뵐 때마다 무언가를 얻어갔던 제가 엄혹한 순간에 마지막 체온까지 탐하려했던 것이 아닐까 참담한 마음이 듭니다."

8일 오전 고 박경리씨의 문학인장 영결식이 열린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장례위원장인 소설가 박완서씨는 조사를 읽어내려가다 몇 번이나 울먹였다.

그는 힘들었던 시절에 원주시 단구동 집으로 찾아가 고인이 지어준 따뜻한 밥을 눈물범벅이 된 채 먹었던 이야기와 토지문화관에서 매일 아침 엎드려 밭을 매던 고인의 모습을 회상하며 눈물을 삼켰다.

도종환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영결식에는 외동딸 김영주 토지문화관장과 사위 김지하 시인,외손자 원보,세희씨 등 유족과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최일남,오탁번,박범신,윤흥길,김원일,조정래,김초혜,김병익,김치수,김화영,이문재 등 문인들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정몽준 국회의원 등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외손자 세희씨가 든 위패와 최유찬 연세대 교수가 든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김영주 토지문화관장이 뒤따르는 가운데 고인의 관이 영결식장에 들어오자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애도를 표했다.

정현기 세종대 초빙교수의 약력 소개에 이어 고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가장 순수하고 밀도가 짙은 사랑은 허덕이고 못 먹는 것,생명을 잃는 것에 대한 '연민'"이라는 고인의 육성은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근배 시인이 고인의 영전에 바치는 조시 '하늘의 토지에서 더 높은 산 지으소서'를 낭송한 후 유가족을 대표해 김영주 관장이 짧은 인사말을 전했다. 김 관장은 "어머니가 아름답게 사셨기 때문에 죽음도 참으로 아름답게 맞이하셨다"며 "몸이 불편하신 동안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시고 같이 애통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유족과 내빈들의 헌화에 이어 고인의 유해는 서울을 떠나 최근까지 머물던 원주에 도착했다.

단구동 토지문학공원 내 옛집 앞뜰에서 열린 추모식에는 유족과 각계 인사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기열 원주시장은 추모사에서 "선생은 텃밭에서 직접 키우신 푸성귀와 과일을 지인들에게 보내 주신 자상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분"이라며 애도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해를 매지리 토지문화관으로 옮겨 창작실 앞뜰에서 노제를 지낸 뒤 영정을 모시고 텃밭과 집,토지문화관 사무실을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오후 모교인 경남 진주여고를 거쳐 통영에 도착,9일 오전 10시 추도식에 이어 산양읍 신전리 미륵산 기슭에 안장될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