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도 소형차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나 픽업 트럭은 판매가 시들한 반면 소형차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이에 따라 다임러가 최근 2인승 초미니 자동차인 '스마트 포 투(Smart For Two)' 신모델을 선보이는 등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더 작은 소형차 만들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 서부텍사스 원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1.69달러 오른 배럴당 123.54달러에 마감됐다.

이로써 국제 유가는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초강세를 이어갔다.

국제 유가가 이처럼 급등함에 따라 미국에서 팔리는 휘발유 소매가격도 갤런(3.7ℓ)당 3.5달러를 돌파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달러를 넘기도 했다.

휘발유값 급등은 전통적으로 대형 차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의 기호를 바꿔 소형차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자동차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에 비해 9.0% 감소했다.

SUV와 픽업 트럭의 감소폭이 컸다.

반면 소형차 모델인 '말리부'는 39% 증가했다.

현대자동차의 대표적 소형차인 '엑센트'와 '엘란트라' 판매도 각각 41%와 22.2% 늘었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소형차를 선호함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도 초소형 신형 모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벤츠를 생산하는 다임러는 2인승 초소형 승용차인 '스마트 포 투'신모델을 최근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고급 차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던 다임러로서는 파격적인 전략 전환이다.

다임러 관계자는 "도요타의 '야리스'나 혼다의 '피트',포드의 '포커스' 등 소형차 신모델이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소형차로 미국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도요타는 '아이큐(iQ)'라는 초소형 신형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어른 3명과 어린이 1명이 탑승하도록 설계된 이 모델은 길이가 118인치(299㎝)로 2인승인 '스마트 포 투'보다 8인치밖에 길지 않다.

딱정벌레 차로 유명한 폭스바겐은 '업(Up)!'이란 모델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업!'은 '원조 딱정벌레' 모델을 기본으로 설계됐으며 운전석을 제외한 앞뒤 좌석 모두를 접었다 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폭스바겐이 '시티 스페셜리스트(city specialist)'로 부를 정도로 초소형 모델이다.

이에 대응해 GM은 '시보레 비트(Beat)'와 '오펠 아길라(Opel Agila)'를 승부수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 GM대우에서 생산할 예정인 '시보레 비트'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먼저 선보인 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다.

'오펠 아길라'는 86마력 엔진을 가진 여성을 겨냥한 초소형 자동차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