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유화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도 다운스트림(하위제품을 만드는 업체) 부문의 제품 판매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할 수 없는 시장 상황 때문이다.

원료인 나프타는 부족한 반면 다운스트림의 유화 제품은 넘쳐나고 있는 탓이다.

유가급등에 나프타 수급 불균형 겹쳐


나프타 가격이 수직 상승을 계속하고 있는 건 국제 유가 급등과 함께 나프타 자체의 수급 불균형까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원유를 정제하는 설비 확장이 정체돼 나프타 공급량은 그대로인 반면,나프타 분해설비(NCC) 증설로 인해 나프타 수요는 크게 늘고 있는 것.중동이나 중국에서 나프타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점도 한몫 하고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유화업계의 원가구조 중 나프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50~70%에 달한다"며 "나프타 가격이 지난해 초보다 100% 가까이 오른 탓에 석유화학 제품의 원가 상승 압력이 한계에 직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화업계 "이러다 줄도산 하나"...석유화학 원료 나프타 값 1000달러 돌파
GS칼텍스, 유가 자유화 후 첫 적자

SK에너지는 현재 96%인 나프타분해공장(NCC)의 가동률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TX(벤젠,톨루엔,자일렌) 2공장의 재가동도 당분간 포기할 예정이다.

지난해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던 GS칼텍스는 올 1분기에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에 7조68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지만 232억원의 적자를 낸 것.LG화학,삼성토탈,호남석유화학,여천NCC 등은 나프타 값 상승으로 인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 비상회의를 열거나 비용 절감을 위한 중.장기 전략안 수정을 진행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나프타 가격 상승을 견디다 못해 최근 NCC에 나프타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원료로 대체 투입하기 시작했다.

연간 180만t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하는 삼성석유화학은 올해 초 울산공장 1라인(20만t) 설비를 한 달여 세웠다가 최근 가동을 시작했지만 다시 감산을 고민하고 있다.

삼남석유화학은 이달 초부터 4개의 생산라인중 1개를 세웠다.

플라스틱,합성수지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반월공단의 한 중소 유화업체 관계자는 "나프타 값이 더 오를 경우 영세 중소 유화업체들의 줄도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화업체 통.폐합만이 살 길"

업계에서는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나프타 시황이 국내 유화업체간 통.폐합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김평중 석유화학공업협회 수급팀장은 "경쟁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이 경영난에 직면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구조조정이나 통.폐합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여수,울산 등 산업단지별 또는 기업 간의 통♥폐합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창민/손성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