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이 이달 들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대체할 만한 주도주를 찾기 힘들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업종 내에서 활발히 종목을 교체하는 모습이다.

LG전자를 파는 대신 LG디스플레이를 사들이는 식이다.

여기에는 주가가 단기간에 1850선까지 치고 올라온 만큼 당분간 숨고르기를 거칠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하방경직성 높은 주식 매수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관들은 올해 초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LG전자에 대해 12일 연속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최근 5일간 400만주가량을 순매수했다.

오태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올해 급등세를 보이며 15만원대에 올라선 LG전자에 대해선 차익을 실현하는 대신 그동안 각종 악재 등으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같은 업종의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 등으로 옮겨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조선업종에서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집중 매수로 나타나고 있다.기관들은 최근 4일간 삼성중공업 380만주를 대거 사들였다.

한 달간 순매수량은 620만주에 달한다.

반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에 대해선 최근 한 달간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또 기관들은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상승한 삼성물산과 동양제철화학에 대해서도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기피현상이 뚜렷하다.기관들은 이달 들어 대림산업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순매도하고 있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건설주는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종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정책이 구체화되는 과정이 지연되면서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기관들은 대신 고점에 비해 조정폭이 큰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기관들은 4월21일 이후 단 하루를 제외하고 포스코를 순매수하고 있고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두산중공업도 이달 들어 연일 순매수 중이다.

이 밖에 기관들은 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등도 이달 들어 순매수하고 있지만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아 매수 규모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종목장세 예상

기관들이 이처럼 종목을 교체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오영찬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기관들의 포트폴리오 교체는 일종의 변곡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시장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펀드매니저들의 체감지수도 좋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그는 이에 따라 "작년처럼 중국 관련주와 철강 화학주 등을 본격적으로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전략이 아니라 이슈가 있는 개별 종목별로 매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다만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기관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오태동 연구원도 "기관들이 향후 주가에 자신이 없어 종목을 오래 들고 가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며 "펀더멘털이 좋은 IT와 자동차 등 유망 종목을 중심으로 한 종목별 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