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홈에버의 '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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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없을 뿐 아니라 배신감까지 느낍니다."
대형 마트인 홈에버가 지난 7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예방 차원에서 전국 35개 매장에서 생닭 판매를 전격 중단하자 대한양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한결같이 격앙했다.
관련 단체들이 바로 이날부터 닭고기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양계협회와 한국계육협회 한국오리협회 등 3개 단체는 8일 오후 서울 금천구에 있는 홈에버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열한 닭요리를 먹고 AI에 걸린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홈에버 축산바이어가 더 잘 알 것"이라며 "방역당국도 아닌 판매업체가 닭고기 안전성을 홍보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앞장서 소비자 불안심리를 부추기느냐"고 따졌다.
닭고기 판매를 재개하지 않으면 전국 홈에버 매장 앞에서 생닭을 가져다 팔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그러나 홈에버 측은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불가피한 예방 조치"라는 입장만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AI가 발생하지 않은 영남지역에서 1차 안전검사를 통과한 생닭을 판매했는데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홈에버의 생닭 판매 중단에 대해 다른 대형 마트들도 냉랭한 반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AI가 서울에서도 발생하자 후발 주자로서 매장 이미지를 높이려고 내린 조치로 이해하지만 '오버 액션'이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방역당국이 판매중단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면 계속 팔겠다는 방침을 세웠고,롯데마트는 되레 닭요리가 AI와 무관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한다는 홈에버의 진정성을 일부러 의심할 생각은 없다.
특정 상품을 팔지 여부는 유통업체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전국에 매장을 가진 대형 마트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생닭은 공산품과는 다른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비이성적 광우병 괴담에 한우까지 위축된 마당에 유통업체가 지레 앞서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송태형 생활경제부 기자 toughlb@hankyung.com
대형 마트인 홈에버가 지난 7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예방 차원에서 전국 35개 매장에서 생닭 판매를 전격 중단하자 대한양계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한결같이 격앙했다.
관련 단체들이 바로 이날부터 닭고기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양계협회와 한국계육협회 한국오리협회 등 3개 단체는 8일 오후 서울 금천구에 있는 홈에버 본사를 항의 방문했다.
한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가열한 닭요리를 먹고 AI에 걸린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홈에버 축산바이어가 더 잘 알 것"이라며 "방역당국도 아닌 판매업체가 닭고기 안전성을 홍보해도 시원찮을 판에 왜 앞장서 소비자 불안심리를 부추기느냐"고 따졌다.
닭고기 판매를 재개하지 않으면 전국 홈에버 매장 앞에서 생닭을 가져다 팔겠다고 으름장도 놨다.
그러나 홈에버 측은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해 불가피한 예방 조치"라는 입장만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AI가 발생하지 않은 영남지역에서 1차 안전검사를 통과한 생닭을 판매했는데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홈에버의 생닭 판매 중단에 대해 다른 대형 마트들도 냉랭한 반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AI가 서울에서도 발생하자 후발 주자로서 매장 이미지를 높이려고 내린 조치로 이해하지만 '오버 액션'이란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방역당국이 판매중단 지침을 내리지 않는다면 계속 팔겠다는 방침을 세웠고,롯데마트는 되레 닭요리가 AI와 무관하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안전을 우선한다는 홈에버의 진정성을 일부러 의심할 생각은 없다.
특정 상품을 팔지 여부는 유통업체가 스스로 판단할 문제다.
그러나 전국에 매장을 가진 대형 마트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생닭은 공산품과는 다른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비이성적 광우병 괴담에 한우까지 위축된 마당에 유통업체가 지레 앞서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송태형 생활경제부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