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전부터 무척 기대해 온 책이다.

이 책의 원고인 '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 여행'이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는 동안 누렸던 푸짐한 재미와 감동을 종합 선물세트 판으로 되새김할 기회가 곧 오리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또 베이징 뒷골목의 작은 간판이나 스쳐 지나게 마련인 영화 주인공의 몸짓 하나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음매 없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야기의 힘,따뜻한 시선에 매료됐다.

대륙과 역사의 시.공간을 잘 축약한 글솜씨 덕분에 책을 펴는 순간 그 넓이와 시간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그래서 우리는 해가 져 가는 느지막한 오후 자금성 밖 인딩차오(銀錠橋)에 서 영화 '북경 자전거'의 마운틴 바이크를 타고 베이징의 후퉁(胡洞)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쓰허위안(四合院)을 개조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나쁜 것만 골라 놓은 것 같은' 중국의 '안으로 네모나고 겉으로 둥근(內方外圓)' 삶의 모습을 생각하는 호사를 누린다.

아는 만큼 보이고 좋아하는 만큼 본다더니,알고 좋아하면 사람도 닮는 모양이다.

"중국인들은 술을 품평할 때 술이 맵다거나 힘이 있다고 말한다.

술을 입에 털어넣었을 때 입안이 얼얼한 것을 두고 맵다고 하고,술이 불덩이가 되어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뜨거운 불기운이 용틀임하면서 코까지 치솟아 올라오는 것을 두고 술이 힘이 있다고 한다."(뻬이징Ⅰ) 두 솥으로 내린다는 이과두주(二鍋頭酒)를 표현한 수작이다.

원래 신동아 연재분은 '패왕별희' '중경삼림'을 비롯한 영화 15편과 그 배경 11곳의 이야기였지만,책이 되면서 영화 '색.계' '스틸라이프' 두 편과 충칭 지역이 새로 늘어났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