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술적인 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최근 급등세인 원/달러 환율(원화 약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원화 약세를 시장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약세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 증가가 부담인 상황에서 증시에 좋게만 해석되긴 어렵다”면서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하락의 빌미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신용위기 완화와 기업들의 긍정적인 실적 등 호재에 시장이 더욱 주목하면서 고유가 현상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

따라서 “부정적인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수출경쟁력 강화로 수혜가 예상되는 IT, 자동차 등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신증권은 환율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눈길을 두고 있다.

이 증권사의 양해정 투자공학팀장은 “연초만 하더라도 마이너스 증가율이 예상됐던 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9%대의 증가가 예상되는데, 이는 환율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12개월 예상 EPS(주당순이익) 증가율과 원/달러 환율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이 서로 유사한 것으로 관측됐다며 이것은 기업의 이익증가에 환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것.

양 팀장은 “정부의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려는 의지와 함께 경기상황이 1분기를 정점으로 둔화되며 당분간 환율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기업이익 모멘텀(혹은 기업이익의 절대수준)이 빠르게 상승하며 시장도 이에 반응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이와 달리 원화 약세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지난 8일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수출주 일부가 약세를 보였는데, 이처럼 수출주가 무조건 뛰는 것이 아니라 종목별로 차별화된다는 것.

우리투자증권의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상승과 인플레이션, 금리인하의 연결고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8일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일부 수출주가 약세였는데, 이는 과도한 원화약세가 오히려 인플레 부담을 가중시켜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장이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8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실망매물을 내놓지 않고 중립을 보인 것도 과도한 환율변동에 금리동결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기대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이 애널리스트는 “원화약세 기조와 미국경기 회복세가 맞물리며 IT, 자동차 등 수출주가 시장을 선도하겠지만,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면 업종간 혹은 업종내 실적변화 외에도 전체 시장 영향들을 동시에 고려하며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봤다.

단기적으로 최근 많이 오른 일부 선도주의 가격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고 보면서, 풍부한 시중 자금이 아직 증시로 본격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만큼, 업종 및 종목차별화가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