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버지'는 같으면서도 참 많이 다르지요.
아이말이나 어른말의 차이뿐만 아니라 어감에서 오는 차이도 큽니다.
'아빠'에게는 언제든 칭얼거리고 기댈 수 있지만 '아버지'에게는 함부로 그럴 수 없지요.
아이들이 그걸 먼저 압니다.
어느 날 김현승의 시처럼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라는 것도 알게 되지요.
그래서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영웅'인지 모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아버지를 여읜 아픔 때문인지,저는 즐거운 추억보다 '보이지 않는 눈물'에 더 민감합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위대한 유산>> (게리 스탠리 지음,김민숙 옮김,위즈덤하우스)을 읽으면서는 '알싸하면서도 풋풋한 웃음'으로 내내 행복했습니다.
20여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가 열세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얘깁니다.
그의 아버지는 근엄한 게 아니라 장난기 많고 마음 따뜻한 친구 같았군요.
멋지게 사슴을 불러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튀어!"하며 줄행랑을 놓는 대목에선 배꼽을 잡게 됩니다.
45가지 에피소드 모두가 유쾌한 실수와 부끄러운 비밀들을 담고 있어 다욱 재미있군요.
강아지가 사고로 죽고 난 뒤 아버지는 이별의 의미를 알려주려 애를 씁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잠시 지나가는 존재란다.
그러니 헤어짐과 슬픔은 인생에서 불가피한 요소라고 봐야겠지.사랑하는 누군가가 죽었다고 해서,그 무덤에 네 가슴까지 묻어서는 안 된다."
그가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13년에 불과했지만 그 시간은 인생 전체를 밝혀주는 빛이 됐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추억이 많을수록,그 밀도가 높을수록 아이의 지혜는 깊어진다고 합니다.
사실 아버지는 완벽하지 않지요.
아버지가 남겨주어야 할 유산은 돈이나 명예,권력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만들어간 추억'이고 '그 속에 담겨 있는 지혜'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이 책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면서,아이와의 관계를 고민하거나 아버지에게 받은 추억선물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은 우리 시대의 가장들에게 갓 쪄낸 찐빵 같은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한 번 읽어보세요.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