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장 만드나" 싸늘한 여론에 백기

서울시의회가 9일 준공업지역의 아파트 건립 허용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은 서울시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데다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례 개정안을 추진했던 시 의회 산하 '준공업지역 관리지원 특별위원회(이하 준공업특위.위원장 조달현)'는 이날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재의를 요구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어차피 결론은 다음 회기(6월 말)에 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본회의 상정의 실익이 없었던 만큼 차라리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를 둘러싼 여론이 예상밖으로 불리하게 돌아간 점도 이번 보류 결정의 한 원인이 됐다.

준공업특위 관계자는 "어차피 서울시의 반대는 예견했던 일"이라며 "현재 준공업지역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슬럼화돼 있는 만큼 개발의 필요성이 많은데 규제 완화를 놓고 여론이 이토록 악화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준공업특위가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서울시 담당 국.과장까지 배제한 것도 이 같은 여론의 향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준공업특위는 일단 보류는 했지만 향후 서울시와의 협의를 거쳐 수정안을 마련해 6월20일부터 열리는 정례회에 반드시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가 워낙 강력한 데다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제 개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시 의회가 일단 보류 결정을 내려 다행"이라며 "서울의 산업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향후 준공업특위와의 협의를 거쳐 준공업지역의 합리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준공업특위는 준공업지역의 효율적인 관리 방안과 관련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11월 시 의원 15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명이 준공업지역이 위치한 해당 자치구 출신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