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노동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 정치투쟁에 나서고 있는 민주노총까지 대화 테이블로 앉히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로부터 투자확대 약속까지 받아낸 청와대가 이제 노동계의 협조까지 끌어내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가 이를 위해 검토 중인 방안은 노사정에다 국회까지 포함시킨 이른바 6자 회담이다.

정기적인 대화를 통해 노사정이 범국가적인 대타협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아일랜드식 대타협' 모델이다.

대타협의 장(場)이 마련될 경우 아일랜드처럼 시민단체들도 대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아일랜드는 20여년 전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아일랜드 노사정은 1987년 3년 동안 임금인상률을 2.5% 범위 내로 제한하고 소득세율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1차 사회협약인 '국가경제회복 프로그램'(PNR)에 합의했다.

이후 3년마다 새로운 내용의 사회협약을 체결하면서 농민 정당 시민단체 등 사회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범국민 사회협약체를 구성,양보와 타협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아일랜드는 사회협약을 근간으로 외자유치 등에 성공하면서 연평균 8%대의 고속 성장을 계속,신흥 부국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변수는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박차고 나간 뒤 10년째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한·미 FTA 반대 등 정치적인 사안이 상당수 포함된 대정부 100개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하며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교섭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업에도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이제 투쟁 국면인데 대통령을 만날 이유도 없고 만날 일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민주노총을 대화의 자리로 끌어들일 현실적인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노사 관계에서 법질서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하고 있고 "사업장 분규는 노사 자율로 해결돼야 한다"며 정부 불개입 원칙을 분명히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랜드 등 장기 분쟁사업장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정부 역할론을 받아들일 경우 자칫 더 큰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김철수/김동욱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