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제일 난리예요. 엄마야 원래 피아노를 잘 치지만 노래 못하는 아빠가 망신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래요."

서울남부지방법원 박형명 부장판사는 9일 밤 늦은 시간까지 특별 초빙된 성악가에게 노래 레슨을 받고 있었다.

박 판사는 10일 오후 5시 중앙대 예술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법조인 음악회' 무대에서 샹송을 부른다.

피아니스트인 아내의 반주에 맞춰서다.

법조인 음악회는 현직 판사와 검사,법원과 검찰 직원들이 참여하는 자선음악회다.

이날 음악회에는 서울고등법원의 정강찬 판사,서울중앙지검의 조주태 부장검사,대전지방법원합창단,서재국 판사 등의 어울림 남성합창단,서울중앙지법의 록밴드 '산들바람' 등 모두 18개 팀이 무대에 선다.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은 난치병 아이들을 돕기 위해 기부된다.

박 판사가 부를 노래는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다.

2주일 전부터 맹연습에 들어갔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아내 황혜전씨는 혹독한 조련사로 돌변했다.

아내 황씨는 남편에게 노래를 골라준 다음 프랑스어로 된 샹송 가사부터 외우게 했다.

박 판사가 샹송 가사를 다 외우자 아내는 그에게 전문 성악가를 개인교사로 붙여줬다.

"기본적인 발성 연습부터 했어요.

제가 부를 노래가 성악곡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 무대에 서는 건데 제대로 해야죠."

박 판사는 표정과 손짓까지 공부했다.

큰 무대가 처음이라 어색하지 않으려고 모든 연습을 실전처럼 했다.

모두 5번의 레슨을 받았다.

평소에는 회식 때 노래방 가는 것조차 내켜하지 않았던 박 판사가 발성과 몸짓까지 연습할 만큼 180도 변한 이유는 뭘까.

"좋은 일이잖아요.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한번 용기를 내 보라는 아내의 꼬임에 제가 넘어간거죠.이렇게 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