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값이 치솟자 한국과 일본 전분업체들은 최근 유전자변형(GM) 옥수수를 대량 수입하는 등 GMO 식품의 보급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GMO 찬성론자들은 GMO가 지구촌 기아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괴물식품(프랑켄푸드,프랑켄슈타인+푸드)'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곡물값 폭등에 GMO 확산
GMO란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특성을 변형시킨 농산물을 말한다.
수확량을 늘리거나 병충해 또는 살충제에 강한 품종 개발이 목적이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대표적 유전자변형 농산물은 콩 옥수수 면화 유채(카놀라) 등이다.
사료로 쓰이는 비중이 가장 높다.
GM 옥수수나 콩은 가공돼 식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쌀이나 밀 등 주식으로 사용되는 곡물 가운데 안전성 승인을 받은 품종이 일부 있지만 아직 상업화된 사례는 없다.
GMO 보급을 위한 비영리단체인 '농업생명과학 응용을 위한 국제사업단(ISAAA)'에 따르면 GMO는 본격적으로 상업화된 1996년 이후 급속도로 보급이 확산됐다.
경작 면적은 작년 한 해에만 12% 증가해 세계적으로 1억1430만㏊에 달한다.
1996년과 비교하면 67배나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23개국이 경작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의 경작 면적이 5770만㏊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중국 등에서도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곡물별로는 콩 재배 면적이 5800만ha로 가장 넓고 옥수수(3600만㏊),면화(1500만㏊),유채(500만ha) 순이다.
최근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GMO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곡물 가격 급등과 식량 부족으로 GMO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던 각국 정부와 식품업체,소비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수입을 자제해왔던 식품업체들도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해 GMO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5월 현재 옥수수 가격은 작년 초 대비 74% 급등했다.
콩과 밀도 각각 100%와 80% 올랐다.
한국 전분당협회에 따르면 전분업체들이 구입하는 일반 옥수수 가격의 경우 2006년 t당 143달러 수준이었으나 요즘엔 450달러로 껑충 뛰었다.
반면 GM 옥수수는 350달러에 살 수 있다.
일반 옥수수는 재배 면적이 줄어들어 물량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생산국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생산된 옥수수 가운데 75%가 GMO였는데 올해는 이 비중이 80~85% 선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국들의 거부감에 따른 수출 감소를 우려해 생산을 주저했던 미국의 밀 재배업자들도 공급 확대를 위해 종자업체들에 GM 밀 씨앗 개발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GMO를 '괴물식품'이라고 부르는 등 부정적 인식이 가장 심한 유럽에서도 관련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축산업자들은 GMO 수입이 풀리지 않으면 극심한 사료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 쇠고기협회는 지난달 "전 세계적인 식량난과 식품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GMO에 대한 '모든 저항'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EU 회원국들은 새로운 GMO의 재배와 유통을 결정할 때 안전성 여부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EU 집행위원회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입장이 다르고 집행위 내부 의견도 엇갈려 승인을 받기가 만만치 않다.
지난 7일에도 승인신청이 올라간 GM 콩과 옥수수에 대해 EU식품안전청(EFSA)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집행위는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대안이냐 재앙이냐
GMO 찬성론자들은 유전자변형 농산물이 식량난과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는 인류에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클라이브 제임스 ISAAA 회장은 "GMO가 작물 생산성에 큰 혁신을 가져와 빈곤 인구가 줄어들고,영세농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기아와 빈곤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GMO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정부와 곡물업체들은 GMO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식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찬성론자들은 GMO가 유전자를 재조합했지만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GMO를 승인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람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또 GMO가 환경오염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GMO 재배가 연료 소비 감소와 토양 개선 등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GMO의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여러 세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인체에 대한 유해성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럽인 가운데 GMO 유통에 찬성하는 비율이 21%에 불과하다.
아프리카도 GMO에 대한 거부반응이 큰 편이다.
에티오피아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GMO 식량원조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GMO가 식량난 해결보다는 미국 대형 곡물 메이저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란 주장도 GMO 확산 반대 근거로 제시된다.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올초 발표한 연례보고서 '누가 GM 작물로 이익을 얻을까'에서 GM 작물이 기아 해결이나 제3세계 농민들의 빈곤 탈출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경작지의 70% 이상이 미국과 아르헨티나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의 GMO는 부유한 나라의 동물 사료나 바이오연료 제조에 쓰이고 있다"며 식량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다국적 식량회사의 수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몬산토의 경우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순이익이 1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5억43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
용어풀이
GMO=유전적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특성을 갖는 품종으로 만들어진 농산물을 뜻한다.
특정 생명체에서 유용한 성질의 유전자를 찾아 추출한 뒤 다른 생물체에 재조합하는 방식 등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미생물에서 해충을 죽이는 단백질 유전자를 분리,옥수수에 삽입해 해충에 저항성을 갖는 옥수수를 만드는 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심사를 통과해 첫 시판이 허용된 GMO는 1994년 칼진사가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다.
그러나 경쟁력이 없어 시장에서 사라졌고 본격적인 상업화는 1996년 미국 몬산토사가 GM 콩을, 노바티스사가 GM 옥수수를 개발해 시판에 나서면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