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프로모스에 D램 기술을 이전해 주는 것은 토끼를 호랑이로 키우는 것과 똑같다.

"(삼성전자)

"우리가 프로모스와 손잡지 않았다면 일본 엘피다메모리란 더욱 힘센 호랑이를 키웠을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최근 하이닉스가 대만 프로모스와 제휴 계약을 맺자 국내 양대 반도체회사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신식 50나노급 D램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 기술유출이냐,아니면 수출이냐 하는 논쟁이다.

삼성전자는 D램 시황 악화로 중.하위권 업체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굳이 대만 업체에 첨단 기술을 이전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부메랑 효과'도 내세운다.

기술을 이전받은 대만 업체가 머지않아 한국 반도체 업계를 위협할 호랑이로 변신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이닉스는 기술 유출 우려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프로모스에 이전하는 D램 기술은 자동차로 치면 금형(거푸집)만 빌려주는 형태로,금형 제조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다.

나아가 프로모스가 하이닉스가 아닌 일본 엘피다메모리와 손잡는다면 한국 반도체 업계로서는 더 큰 호랑이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았다.

기술 이전을 둘러싼 두 회사의 공방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3월에 열린 반도체산업협회 정기 총회에선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로선 두 회사의 견해차는 결코 좁혀지지 않을 듯한 형국이다.

결국 기술유출 논란은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판결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에선 국경을 초월한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추격하기 위해서다.

LCD 분야에선 삼성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소니가 샤프와 손잡은 게 얼마전이다.

두 회사가 실익없는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유익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복원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

이태명 산업부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