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일본 기업에 인수·합병(M&A) 방어책 철회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들이 차별적인 신주인수권 발행 등 포이즌필(독약 조항)을 도입해 외국계 펀드의 M&A 시도에 강력 저항하고 있는 데 대한 역공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주 직원퇴직연금)와 영국 최대 연금운용회사인 하미즈, 캐나다 최대 기관투자가 브리티시컬럼비아 인베스트먼트 등 미국과 유럽의 기관투자가 6개사는 공동으로 일본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관련 입장을 오는 15일께 발표할 계획이다.

투자대상인 일본의 상장기업 500여개사에 서한 형태로 관련 내용을 보내기로 했다.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특정 국가의 기업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공동으로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 기관투자가는 "일본 기업들은 상장사의 소유자가 주주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주주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경영권 방어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또 불가피하게 경영권 방어책을 도입하려는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인 제3자위원회를 설치해 방어책을 심사토록 요구할 예정이다.

일본 기업들은 '악질적인 기업사냥꾼에 대한 제도적 방어장치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부족하다'며 경영권 방어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일본 전체 상장사의 16%인 총 634개사가 적대적 M&A에 대항하기 위해 포이즌필을 도입한 상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