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들이 광우병 교육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

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학교 현장에서 각각 엇갈린 주장을 펼치자 '공연히 잡음과 논란만 불러일으킨다'며 광우병에 대한 계기수업 자체를 포기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교과과정에 없는 특정사안을 다루는 특별수업인 계기수업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도 '학교자율화 조치' 발표 이후 관련 지침을 없애 학교에 수업을 강제할 수 없다며 사실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학생들을 학교로 돌려보내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제작한 '광우병을 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기교육 자료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배포했다.

김도연 교과부 장관은 지난 7일 시.도교육감 회의를 열어 "자료 배포에 협조해 달라"며 '지원 사격'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자료는 광우병에 대해 가족이 대화하는 내용의 만화 '엄마의 마음'과 '광우병 괴담 10문10답',광우병 관련 질의 답변 내용 1부 등 총 3가지로 구성됐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들은 이 같은 자료를 배포하는 데 비협조적이다.

이미 학생.교사.학부모들 중 상당수가 광우병 관련 '괴담'을 진실로 믿고 있는 분위기에서 공연히 계기교육을 적극적으로 했다가 역풍만 맞을 수 있다며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자료를 일선 학교에 배포하기는 했지만 한쪽 주장만 가지고 수업을 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지 않느냐"며 "대부분 안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배포한 교육 자료가 부실해 이미 인터넷으로 각종 비과학적 정보를 습득한 학생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학교들의 계기교육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배포한 10문 10답은 '타액으로 전염되지 않는다' '살코기로는 광우병이 전파되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를 명시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만 서술하고 있어 학생들의 궁금증을 되레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A학교 교장은 "워낙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데 정부 자료가 구체적이지 않아 내가 봐도 도대체 어느 쪽이 맞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료 제작과 배포는 모두 농림부에서 한 일'이라며 책임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